야채 볶기

요즘 집안 살림의 절반은 맡아서 하고 있는 터라 정신이 없다, 는 것은 거짓말.
얼마전에 동생이 설날 선물이라고 햄셋트를 받아 왔는데, 간만에 햄을 왕창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비싼 햄이라 아껴두고 먹으려고 했더니 유통기한이 3월 초까지였다. 어쩔 수 없지.
시도 때도 없이 햄을 먹는다. 그냥 볶아서 먹고, 구워서 먹고, 볶음 밥 해서 먹고, 찌개에도 넣고…
아무튼 몇 덩이 안남았다.

그리고 야채랑 같이 볶아서 반찬으로나 할까 하고 냉장고를 뒤지니 남은 야채는 고작해야
지난 설날 때 부추전이랑 또 뭐 한다고 사 놓은 부추 한 줌, 미나리 한 봉지 그리고 된장국에 넣고 남은 달래
조금 뿐이더라. 그것도 반쯤 물러져서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간신히 먹을 수 있는 것들만 따로 추려서
씻고 올리브유 듬뿍 붓고 달군 프라이팬에 간을 조금 해서 햄이랑 신나게 볶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부추랑 미나리, 달래 같은건 기름 듬뿍 넣어 볶으면 형체를 알 수 없이 뭉개져서 식감도 완전 꽝이고 맛도 별로 없어진다는 것!

생각해보니 나물 같은 줄기 야채는 단단하지가 않아서 볶는 것 보다는 국에 넣거나 살짝 무침을 하는게
더 나았다. 햄이랑 같이 볶기 좋은 야채는 당근이나 감자, 양파 같은 단단한 것이다. 특히나 햄에 부족한
식이섬유를 보충하기엔 당근이 좋았을 것이다.

결국 저녁에 집에 돌아 온 식구들 가운데 아무도 그 햄볶음을 먹지 않았다. OTL. 그래도 햄 맛으로 먹으면
되는데…

쪽팔려서 그냥 있기엔 멋적었고, 다행히 건미역이 많이 있어서 미역국을 끓였다. 최근에 부모님이 어떻게 저떻게
해서 진짜 천일염을 한포대 구해오셨는데, 이 천일염이 정말 장난아니게 맛있다. 미역국에 넣었더니
그 담백한 맛이란… -_-)=b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