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 밑에 글, 도 아니고 음악과 가사만 놓아 둔 무책임한 그 책장에 누군가 흔적을 남겼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집에 왔다.
아주 간료한 안부라도 좋고,
아주 뜬금없는 불평이라도 좋고,
아주 사랑스러운 찬사라도 좋으니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많이 취했는데,
기어이 집에 왔다.
기어이 침대에 눕고,
기어이 또 꿈을 꾼다.

나도 그게 너무 너저분한 넋두리란거 알아.
젠장, 씨발.

나도 안다고.

취중농담

나는 쏘오 왓,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지금 당장. 쏘오 왓. 물론 이 경우엔 문장기호로 물음표를 써야 적절하겠지만, 나는 그 개놈의 물음표가 지금은 상당히 쓰기 싫다. 그래서 마침표를, 쏘오 왓, 여기다가 붙인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쏘오 왓, 요 뒤에 붙은게 마침표가 아니라 사실은 물음표라고 생각하시면 되겠다. 쏘오 왓. 그래서 어쩔까나, 썅. 뭐 이런 뜻이다.

아시는 분은 아시는 것인데, 이 쏘오 왓, 은 미국말이다. 영국에서도 쓰이나 모르겠다. 마아일스 데이비스의 앨범 가운데 쏘오 왓, 이라는게 있다. 그때가 스딴 겟츤가 뭔가 하는 애들이랑 연주할땐가 그런데, 뭔 일인가로 마일스가 화딱지가 나버려서 무대에서 그냥 내려와 버렸단다. 그 일을 계기로, 누군가 곡을 (아니 사실은 마일스가 썼는지도 모르고) 썼고 그 제목을 ‘쏘오 왓’ 이라고 정했던거다. 그래 썅, 콘서트고 프로고 자시고 간에 자기가 하기 싫다는데 내려오면 되는거지 뭘 토달고 그러나 싶다. 그러니까 쏘오 왓이다. 어쩌라고, 라는 얘기다.

아시다시피, 혹은 모르시다시피 나는 오늘 술을 좀 마셨다. 나는 의식적으로 술을 많이 마셔서 키보드도 제대로 못칠 정도가 되어도 그냥 “쫌 마셨다” 라고 얘기한다. 내가 쫌 마셨다면 쫌 마신거지 어쩌라고, 다. 누군가 듣고 있나 근데. 아무도 안듣는다고. 그럼 뭐 어쩌라고, 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기분 좋네 이거.

쏘오오오오 왓. 쏘 왓. so what. 그래서 무엇인가.

뜬금없이 군대로 떠버린 놈한테서 온 편지를 오늘 우연히 봤고 말이다, 뜬금없이 휴가 나온 군바리랑 술을 조금 마셨다. 세상사 오백팔십프로가 다 뜬금없는거다. 나머지 이십프로 정도는 뜬금이 있다. 뜬금이 뭐냐, 하면 나도 잘 모른다. 사람들이 그렇게 사용하니까 나도 “뜬금”없다고 한다. 흉내내기.

오늘 데깔트 수업을 잠깐 들어줬는데, 이놈이 또 하릴 없는 놈이다. 이놈은 분명 할 일이 졸라 없었다.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아.. 술먹고 싶다.

나도 술먹고 싶다. 너는 내 운명. 나는 술 먹고 싶다. 내가 싶은 건 술먹고, 다. 우헤헤헤헤헤헤헷.

나는 잘란다 이제. 야비한 야비군 가야지. 야아아아아비군. 나는 오늘만 야아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