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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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평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손바닥만 한 하늘을 보는 것도 지친 모양이다. 가끔 나는 일을 만들어 외출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많으면 줄여 갈 길도 돌아가고 걷다 말고 아무 곳에나 앉아 쉬는 일도 잦다. 거리에서 시를 쓴다, 던 형도형의 메모처럼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는 일은 매우 신비롭다.


혼자서 먹는 싱거운 테이크 아웃 아이스 커피나 자장면, 담배, 재잘대는 여자아이들, 땀을 훔치며 바지런히 걷는 노인과 버스와 빌딩들, 그 옆의 노랗게 삭은 집들 그리고 혼자 보는 영화에도 나는 익숙해졌다. 귀에 소음으로만 들리던 것들도 이제는 조금 낯익다. 가을은 조금씩 더 많은 비를 뿌리게 되었다.

앞으로 당분간 이 영화의 OST를 들으며 나는 숨을 쉬듯이 아일랜드의 거리를, 그 거리에서 꽃을 팔던 처녀를, 10센트를 받고도 목청껏 자신이 쓴 곡을 부르는 거리의 악사를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각적 기억들은 다시 청각으로, 스피커를 통하지 않아도 울리는 마음으로 남을 것이다. Once의 가장 훌륭한 점은 (모든 훌륭한 영화들이 그렇듯이)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세계를 허물고, 또 그 세계와 대립하는 우리 마음의 울타리를 허물어 다시금 낯익게 만든다는 점이다. 얼어붙은 몸에 손끝으로부터 전해지는 안온한 온기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