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P 잡담

지난 8월 8일, 4.4.9 버전을 마지막으로 PHP의 4.X 버전대의 릴리즈가 공식 종료되었다. 2000년 5월 첫번째 stable 버전이 릴리즈 된 이후로 8년 동안 릴리즈 된 셈이다. 링크의 기사를 보니 ‘징하도록 오래 살았다(long live)’가 헤드라인으로 되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조금 웃었다.

내가 PHP를 처음 시작했던 것이 2003년인가 4년인가 였으니 4년 넘게 써온 셈인데, 그동안 참 우여곡절도 많았고 지금 보면 얼굴 벌게지도록 창피한 코드들도 많고 (아마도 그 탓인지 예전에 작업한 소스는 맨날 날려버린다. ㅎㅎ) 또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도 산더미란 생각이 든다.

나의 태생적인 한계 (비전공자라는) 때문에 PHP 자체의 어려움 보다는 ‘프로그래밍 랭귀지’에 대한 접근이 쉽지가 않았다. 디자인 패턴, MVC,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재귀 구조, 참조, 정규 표현식, TDD, 프레임웤, 클래스, 오브젝트, 상속, 추상화… 대체 책을 봐도 기본 지식이 없으니 개념을 잡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또, 난 뭘 배울때 돈을 들이는걸 너무 싫어해서 남이 써 놓은 조각글을 통해서 조금조금씩 나아갔으니, 이것 또한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는 식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프로그래밍의 문턱에서 더듬더듬 벽을 만지며 나아간게, 지금 되돌아 보니 돈 안들이고 배운 것 치고는 그럭저럭인 듯 싶어서 내 자신을 작게 칭찬한다. 조만간 다른 언어를 하나 더 배워 볼 생각이다. 파이썬, 말이지…

아무튼 PHP. PHP 5를 쓰기 시작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PHP 6에 대한 이야기들이 여기저기서 나돌고 있다. (죽어도 국내 PHP 관련 포럼들에선 그런 얘기 안나온다.) PHP 6이 출시되면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stable해지면) 나는 당연히 PHP 6로 옮겨 갈 것이고, 또 배울게 산더미처럼 생길 것이다. 네임스페이스는 대체 뭐냐….

그런데 정말 국내엔 쓸만한 PHP 문서들이 없다. 이를테면 ‘고수’도 없는 것 같다. 있어도 은둔해 있던지… 가장 크다는 모 커뮤니티 질답란에 자주 들어가서 답변을 쓰고 있긴 하지만, 기억에 탄성을 내지르는 질문을 본 적도 없다. 맨날 쌩기초, 쌩기초… 팁란도 예전엔 그럭저럭 테크니컬한 팁들이 꽤 올라오곤 했는데, 요즘엔 자기가 만든 라이브러리를 팁이랍시고 올리는게 전부다. 라이브러리는 자료실에 올리던가…

전태일이가 그토록 소망했던게 법전을 설명해 줄 대학생 친구였다지. 나는 진짜 프로그래밍 고수랑 가까운 사이였으면 좋겠다. 내게 맥을 짚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소스 관리를 안하다가 (나한텐 필요 없는거라 생각했지), 이번에 서버 작업 후에 subversion을 깔아서 사용하고 있다. 놀랍도록 편하다. 맨날 에디트플러스로 작업하다가 이클립스를 쓰기 시작했다. 놀랍도록… 아니 아직 이클립스는 편한 줄 (좋은 줄) 모르겠다.

내게 프로그래밍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계속적으로 자기 내부로 그것을 끌어 들이는 것이다. 난 이걸로 족해, 그런건 필요 없어… 하다가는 릴리즈가 종료된 PHP 4처럼 어느 사이엔가 바보가 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