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

밤을 새고 일을 하고 있으면, 새벽 네시쯤에서 다섯시 사이에 하나포스라던가 교보문고 같은데서 정기적으로 보내는 반정도는 스팸인 메일이 온다. 딩동-, 하고 시스템 트레이를 보면 역시나 같은 메일.

가을이 되어 새벽 공기가 매우 차다. 이런 기계같은 느낌이 그 메일로부터 전해져온다. 어떤 거대한 시스템으로부터 시간이 되면 자동적으로 발송된다. 아마도 로그인해서 회원정보인가를 수정하면 메일이 오지 않게 할 수도 있을테지. 그러나 그게 쉽게 되질 않는다. 요즘 같아선 그러한 메일조차도 새벽에 오지 않으면, 주위가 지나치게 조용하다.

이상한 망상에 시달린다. 관자놀이로부터 매끈한 스테인레스봉이 머리를 꿰뚫는다. 그리고 흑백인 시대에 바람에 잠깐씩 흔들린다. 피가 조금씩 스며나오기도 하고 그야말로 무거운 것이 머리 속에 있다는 실물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아프지는 않다. 아무런 고통없이 잠자리의 날개를 뜯어낼 수 있는 아이. 나는 조종당한다.
예전에는 부드러운 고무재질의 검은 구체를 날카로운 면도칼로 자르는 망상에 시달렸다. 이건 어쩌면 스스로 벌을 주는 것 같다. 쇠가 머리를 뚫고 바람에 흔들림. 오죽했으면.

스팸”에 대한 2개의 생각

  1.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제 경우 이메일은 내용증명의 이유로 자주 이용합니다. 업무상으로 누군가 무엇을 전화로 요청하면 전 딱 잘라서 이메일로 내용을 정리해서 보내달라고 하지요. 그럼 기록에도 남고 저도 문자화된 리스트를 보고 일을 할 수가 있거든요.
    그 외.. 십년 전 아프카니스탄에서 안타깝게 헤어진 여동생과 닿을 수 있는 연락수단은 이메일밖에 없거든요. 저는 항상 동생으로부터 이메일이 오지 않았는지 기다린답니다.

    그나저나 http://snipurl.com 이거 물건인데요. 잠깐 둘러보고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신기해하고 있습니다. 매우 유용할 것 같아요. lunamoth님은 역시나 타고난 베타테스터 내지는 얼리어답터, 테크니컬 라이터, 위대한 서퍼. 키득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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