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닮아 있는 것 같다. 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살고 있다. 아무리 노력해봐도, 어떤 옷이 내게 잘 어울리겠거니 하거나 어디서 살면 정말 좋겠거니 하는게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대부분 입거나 먹거나 자는 것, 이것은 내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써놓고 정말 내가 그랬나 다시 생각해보니까, 확실히 그랬던 것 같다.)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편식하지 않는건 좋은 습관이라고 하고 다행스럽게도 편식같은건 모르고 자랐다. 어린 시절엔 서울 근교의 농(깡)촌에서 살았기 때문에 먹을 것이 귀했다. 뭐가 찢어지도록 가난해서- 그런게 아니라, 군것질꺼리를 살 돈이 있어도 구멍가게에 있는 것이라곤 새우깡, 뭐 그런 것 밖에 없었다. 그러니 과자같은건 잘 먹지 않았고 차라리 뒷산에 아이들과 함께 올라가 산딸기, 개암, 칡뿌리, 머루, 다래… 뭐 이런걸 먹거나 했고, 가끔은 한동네에 같이 살았던 외할머니와 함께 막걸리에 설탕을 타서 한사발씩 마시곤 했던게 전부였다. (막걸리에 설탕을 타면 최고의 음료수가 된다.) 이렇다보니 뭔가를 강렬하게 먹고싶어하는 열망같은게 희박해진 것 같다. 산에서 나는 것들이야 내가 안먹어도 거기 있는거고 사실 그다지 맛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저냥 지냈던 것이다. 구하기가 좀 힘들지만, 산에서 다래를 만난 날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래는 엄청 달거든요. 또 어린 마음에 칡술을 담근다고 산에서 통통한 놈으로 칡을 캐와서 정성들여 만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마당에 묻어두었을꺼에요. 나중에 꺼내서 아빠 드려야지 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그런데 그 뒤로 칡술을 묻은 기억을 까맣게 잊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죠. 지금 가보니 제가 살던 집은 사라지고 그 위에 콘크리트 빌라가 생겼더군요. 아마 지금쯤 꺼내면 대략 20년은 된 칡술이 되어 있었을텐데…
그러니까, 정말 먹고 싶은게 없다는 말은 곧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잘 먹는다는 말이 되는 것.
하지만 이런 나조차도 경악을 금치 못하는게 하나 있는데… 나는 멍게를 못먹는다. 뭐 이 악물고 먹으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다지먹고 싶지는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엄마는 멍게 킬러. 한번은 멍게 한박스를 앉은 자리에서 다 까먹은 적도 있다. 으웩.
동생도 가리는거 없이 잘 먹는데, 이 녀석은 신기하게도 굴을 극도로 싫어한다. 걘 ‘굴’ 한마디만 해도 기겁을 할 정도다. 어젠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티븨에 굴요리 스페셜, 뭐 이런게 나왔는데 녀석은 티븨를 돌리지도 못하고 계속 헛구역질을 하면서 밥을 꾸역꾸역 먹었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서 굴을 양식하는 사람들을 다 구속해야 된다느니, 굴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다 인간말종이라느니 온갖 험한 욕설은 다 해댔다. 옆에서 나는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부모님은 그다지 가리는 음식이 없는듯하다. 대충대충 있는거 먹고 없음 말고, 이런 식이다.
음식은 큰외숙모가 정말 잘하는데, 가끔 외갓댁에 무슨 모임이라도 있으면 나는 정말 기쁘다.
요즘은 매운 음식만 먹으면 자꾸 토하거나 설사를 해서 가급적이면 안먹으려고 한다.
해삼도 무척 좋아함. 하지만 못먹은지 육천만년은 된 것 같음.
해삼/멍게는 같이 다니는 애들인데 한쪽만 편애하시는군요.. 전 둘다 좋아해서, 절대 못먹어요.^^
그러니까 제가 편애하는 쪽이 멍게란 말씀? ㅎㅎㅎ
까먹고 못적은게 있는데, 전 마가린을 좋아해서 예전엔 종종 숟가락으로 퍼먹곤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느끼했었을 것 같지만, 그땐 왜그런지 그게 그렇게 맛있었고… 지금 먹으라면 좀 그렇긴 하지만. ㅎㅎ
마가린이라 전 버터가 맛있더군요. 요즘들어서요. ㅎㅎ;
버터래.. 으웩;;
버터는 녹여서 식재료로 쓰기 전까진 왠지 퍼먹긴 좀 그래요, 저한텐. 이상하죠? 마가린은 잘 먹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