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대구. 발바닥 쯤인가, 오년 전엔 그게 겨드랑이에 있었지, 하는 태엽을 누군가 되감아 놓고 나는 삐꺽삐꺽 움직인다. 마음은 가라앉는데 마감일정은 그 반대로 분주히 가속한다. 사람이 사는 곳, 그 어디에도 이유는 있을 것이다. 펄펄 끓는 질척한 아스팔트 위 아지랭이는, 하지만 아주 가벼웁게 흔들리며 꼭 무언가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고 속삭여 준다. 하얀 뇌가 뚝뚝 녹아 흐른다. 심장은 에어컨 바람에 꽝꽝 얼어가는데도. 그럼 안녕,
하고 또 내일을 기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