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듣기

그닥 중요하지도 않은 게임이었는데, 친구가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전화를 걸어 통화 하는 내내 나는 한쪽 어깨에 핸드폰을 걸치고 연신 키보드를 두드렸다. 녀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떤 일들은 사소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요동 없는 검은 늪같이 깊고 어둡다는걸 알고 있다. 어쩌면 일생 일대의 중요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십오분인가 삼십분 동안을 능수능란하게 두가지 일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나를 보면서, 개새끼라고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인간이 매몰찰 수 가 있을까.

무슨 일일까. 나는 무슨 말을 하는게 가장 좋았을까. 내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일을 겪은 뒤에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기가 두렵다. 이를테면, 관계가 관계 이상의 책임이 되는 그런거 말이다. 필요 이상으로 세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 내 안에서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분리하고 가두고… 이건 너의 나고, 그건 걔의 나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결국 나의 나는 남는구나 하면서. 연애도 그렇다. 사실 난 지금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심히 연애를 원하고 있다. 실물의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본게 정말 오래전 일이었다. 일전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어떤 꼬마애가 앉아 내게 등을 기대더라. 나는 돌아서서 얼굴을 가리고 들리지 않게 계속 울었다. 꼬마애의 등이 너무 따뜻했다. 그런데 연애란 것, 이것은 서로에게 피할 수 없이 관계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간에 나는 그의, 그는 나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고 또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 관계를, 정신 바짝차리고 따져보면 너무 끔찍하다. 책임을 지기 싫은게 아니라, 내가 그 책임을 질 수 있을만큼 어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여자친구와 가끔 통화를 하면, 고맙게도 그녀는 오빠때문에 나 많이 변했어, 이제는 집회에도 기회가 되면 종종 나가고 (주여) 인터넷에서 그런거 막 찾아보고 그래, 고마워 하는 것이다. 고맙게 생각해 준다고 하니, 아마도 이건 정말 우주적인 확률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나로 인해 어떤 상처를 받았거나, 돌이킬 수 없게 변했다면? 매우 우울한 사람이 되었다거나, 아.. 마치 어느 날 정석이형이 사라진 학교를 견뎌내야 했던 것처럼 된다면. 물론 아주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나는 다시 온전함으로 견인되겠지. 또 다시 혜성이 접근하지 않는 한, 나의 이 궤도는 무리없이 영원히 같을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매우 길고 춥다.

서로의 필요한 만큼만 주고 받으면, 또 그런 세상은 나름대로 지옥같을 것 같다. 매우 어리석게 애둘러가며 적었지만, 이 일기 아닌 일기의 주제는 연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

어쩌면 나는 아무 것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사는걸수도 있다.

나는 내가 날 변화시킬 수 있는데까지 변화시켰다. 변화란 내가 수직으로 자라는 모양이 아니라, 수평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이다. 저 끝에서 나를 끌어 줄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정말로.

어떤 사진

짐 골드버그(Jim Goldberg)란 사진 작가가 있다. 사실 누군지는 잘 모르고, 그 사람의 사진 한 장만 기억한다.

그는 종종 프린트 된 사진의 여백에, 사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촬영된 사람에게 사진에 대한 설명을 넣어 달라고 부탁한다.

여기 어떤 노인이 있다. 그는 자신을 찍은 사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Some old people are absolutely useless.
But I am hanging on very well.
I am going to be 99.
It is all a struggle.
When I go to sleep, I am never sure if I will ever wake up.
I am slipping between darkness and lightness.
I look pretty good except I am bald-headed.

대부분 나이가 들면 쓸모가 없어진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잘 해내고 있다.
나는 곧 아흔아홉살이 된다.
그쯤 되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거의 전쟁이 된다.
잘때마다 과연 내일 아침 내가 일어 날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하다.
종종 잘 보이지가 않아서 미끄러져 넘어지기 일쑤다.
머리가 좀 벗겨진 것을 빼고는, 그래도 꽤 괜찮아 보인다.

나는 그냥 그 사진이 좋다.
인터넷에서 그 사진만 따로 찾을 수가 없어서 글만 옮긴다.

갤러리 위치 변경

그 동안 제로보드를 이용해서 사진을 올리거나
옮겨서 이글루스의 이미지로깅 기능을 이용하거나 했는데,
결국 최고의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구글 웹앨범입니다.
피카사와 연동되어서, 로컬 컴퓨터에서 관리중인 사진을 버튼 하나로 웹앨범에
올릴 수가 있더군요. 쪼끔 감동먹었습니다.

아무튼, 사진 다 옮기려는데 좀 귀찮아서 몇개만 올립니다.
뭐 볼 사람도 별로 없지만. ㅎㅎ

—>
예전에 Gallery란 설치형 이미지 갤러리 프로그램을 사용해 본 적이 있다.
여러가지 플러그인도 많고, 심지어 openAPI를 지원해서 원격으로 이미지를 포스팅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중국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이라(원격 포스팅 프로그램) 한글의
지원이 미비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암튼 피카사가 최고다. 구글이 만들면 뭔가 달라도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