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섭니?

만날 사람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 비가 오다가 버스에 타니까 거짓말처럼 그치더라. 옌장. 낮게 먹구름 깔린 하늘을 무지무지 좋아해서 그냥 위안삼고 음악을 들었다.

등촌동 무슨 건물 5층이 사무실이어서 일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려는데 3층에 엘리베이터가 선다. 문이 열리니까 내 허리에도 오지 않는 유치원 여자 꼬맹이들이 우글우글하다. 유치원 마치고 집에 가는 모양이다. 선생님이 뒤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있다.
그런데, 애들이 엘리베이터에 안탄다. 다들 눈 크게 뜨고 나만 보고 있다. 선생님이 “왜 안타니? 빨리 타~” 한다. 왜 안탈까? 설마 나 때문에? 바람이 불어서 머리가 흩날리는게 거슬려서 머리를 묶고 있었더니 좀 위압(?)적으로 보였나부다. 가급적 적의가 없어보이는 표정으로 보이길 기대하며 씽긋 웃어준다. 이거, 몇몇 아이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옌장.
아무리 꼬맹이라도 숫자가 많으니, 엘리베이터 안이 아이들로 바글바글하다. 제법 시끄럽게 굴 만도 한데 조용하다. 그나마 나와 멀리 있는 애들은 자기들끼리 조그만 목소리로 뭔가를 소근거리는데, 당장 내 옆에 있는 애는 잔뜩 긴장해 있다. 야! 내가 잡아먹냐!
아무튼 쪼그만 애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으니 이것도 나름대로 너무 귀엽다. 병아리가 생각났다. 노오란 병아리. 아우 깨물고 싶어!

1층에 내리자마자 아이들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탈출한다. 우다다다 막 뛰어간다. ㅜ.ㅜ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 여전히 하늘은 먹구름이 낮다. 이어폰에서 닉꾸 드레이크 동생 (4년 전만해도 형님이었으나 이제는 동생인) 의 노래가 나온다. 이거, 절묘하게 이런 날 어울리는 목소리와 멜로디다.

그러고보니 며칠 전에 로이 부캐넌의 기일이었다. 원래 계획은 블로그에 공지 때려서 얼굴을 알던 모르던 다 함께 신림동 레드 제플린이나 가서 주인형님 욕할때까지 로이 부캐넌 신청하기, 였는데 지난 주는 한참 아파서 그러질 못했다. 옌장. 올해가 30주년인데.

내가 무섭니?”에 대한 8개의 생각

  1. 오랫만에 왔는데, 잘 지내고 있었군
    긴 머리칼 휘날리며 광화문을 다녔던 것인가? 흐
    여름 휴가 전까지는 주말마다 혹은 주중에도 거리에서 오래 걷고 주먹을 치켜들었었는데
    (나도 뜻하지 않게 거리에서 친구들을 오랫만에 많이도 만났었지)
    어느새 가을 바람이 불고 다시 뉴스에는 귀 닫고 사는 모양새가 되었네 그려.

    시국미사 -난 오랜 냉담자였는데- 신부님의 허락으로 영성체를 모시며 마음을 가다듬었지만
    기껏해야 한살림 배달품이나 까먹으며 텃밭이나 기웃거리는 심약한 소비자일뿐 변한것 없는 것 같다.

    여름 휴가로, 얼떨결에 프랑스에 다녀왔지
    일년중 300일 이상이 쾌청하다는 프로방스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아를의 해바라기와 들판 그리고 턱을 타고 흐르는 달디단 복숭아
    농경사회의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도시 파리

    그리고 다시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서울의 숨어있는 나의 집

    언제한번 놀려오시구려^^

    • 참, 그간 격조하였소. ‘조만간 만납시다.’이란 말은 왠지 부정타서 쓰기 싫소. 내일 전화하겠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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