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인간이 놀라운 것은 그 어떤 지옥같은 생활에도 기어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합성 마약보다도 몇백배나 더 지독히 강력한 내뇌 마약을 뿜어 가면서 우리는 결국 일상 궤도로 수렴하게 된다.

잠깐, 지독한 치통이 되살아 날 때마다 살인을 저지르는 어느 연쇄 살인범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보다가, 신기하게도 근질욱씬거리는 치통을 은근히 기다리는 내 자신을 깨달으면서 어둑한 커튼 너머로 살폿히 내리는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환부를 도려내는 것은 통증을 느끼는 부위와 통증의 원인이 되는 부위를 동일시 하려는 인간의 상식 때문일 것이다. 가끔 그런 통증들이 몸 곳곳에서 봉기한다. 흉통과 치통과 두통과 근육경련과 또, 또… 그러나 통증은 두뇌가 느낀다. 그러므로 모든 통증은 사실 두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뇌에는 감각기관이 없다는 것, 이 얼마나 빌어먹을 사기인가.

진통제가 작용하는 지점은 과연 어금니일까, 아니면 말초신경계일까, 아니면 두뇌의 어떤 부위일까. sympathy는 그저 환상일 뿐일까.

두 서너알 남은 진통제를 앞에 두고 고민한다. 대체 통증은 무슨 의미야.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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