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 한마디 말도, 그 웃음도 나에겐 – 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만히 침대에 누웠다. 두껍고 어두운 커튼이 가득 닫혀 있다. 그 사이가 조금 벌어져 가는 틈이 생겼지만 새어 들어오는 빛은 삼일 전 소주집 구석에서 술에 취해 주워 삼은 하찮은 농담 두서너 마디보다 훨씬 더 적었다. 나는 밤인가, 하고 잠시 생각했다. 그럴 리가 없다. 동생은 벌써부터 부산을 떨다가 일하러 나갔다. 그러면 오늘은 아마도 월요일이겠지. 핸드폰을 열어 날짜를 확인할까 하다가 덜컥 겁이 났다. 눈을 감을까 하다가 덜컥 겁이 났다. 왜 겁이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겁은 대상에 대한 무지에 기인하는 법이다. 그냥 그렇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겁이 나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겁조차 나지 않는 인간이 되면, 그건 그야말로 미친 인간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