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어쩐지, 그는 옛날부터 모든게 시시하게 느껴졌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은 매우 느리게 그 자신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너무나 느려서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그런 느림이었고 그래서 단 한번도 실감을 해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또 어쩌면 그가 삶보다 더 느리게 운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랐다. 중요한 것은 항상 손끝보다 조금 더 먼 곳에서 그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 것도 잡히지 않았다.

그는 단지 조금 더 기다려 볼 참이었다. 이런 거대한 사기극이 애초에 어떻게 가능했는지, 또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지 마치 타인이 된 것처럼 관찰해 볼 요량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쇠털처럼 많은 날들을 살아내야 할 것이므로 생활이 조금 정체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철저히 방기하는 것은 그에겐 오히려 매우 바지런을 떠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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