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내자

지금은 새벽 세시 반이고 나는 내일 열시에 서양근대철학사 수업이 있으며 모든 수업이 끝나고도 불이나게 집으로 되돌아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뭐라고 해도 주말엔 일을 할 수가 없다. 어젠 술을 먹느라 (정말 간만에!) 하루를 보냈고 오늘은 게시판의 download를 위한 스크립트를 몇 줄 작성하다가 그만 시들해져버렸다. 정말 뭘 할 수가 없다, 라.

토요일. 계획은 있었지만 매물이 올라오지 않아서 벼르고 있던 바이저 프리즘이 마침내 팜사용자그룹에 올라와서 뒤도 안돌아보고 문자를 보내 직거래 약속을 잡았다. 2시에 교대역에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지난밤에 철야로 일을 하는 바람에 1시 반에 일어나 그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고 약속을 3시로 조정했다. 만나서 물건을 확인하고 돈을 건내고 계속 늦어서 정말 미안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 사람은 다신 보지 않을 것이다. 미안했다는 말이 의미가 있을까? 이건 너무 냉정한 일인가?

사당동 야밤 DJ와 종로에서 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위해 교대역에서 3호선을 탔다. 너무 일찍 종로에 나갔던터라 교보문고에서 책을 골랐다. 요즘 한창 여기저기서 말이 많은 조엘 온 소프트웨어2005 현장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좋은 소설을 샀다. 조엘 온, 이야 예전부터 대체 무슨 책이길래, 하면서 사볼까 말까 했기 때문에 구입했고(2.2만원인데, yes24에선 1.9만원인가 했다.), 현장비평가.. 는 구효서의 작품이 실려 있어서 샀다. 이제 구효서나 박상우 정도면 중견작가가 되는가 싶다. 내가 하도 요즘 책을 안읽어서 그런진 몰라도, 대체 박상우는 뭐하는거지? 나는 박상우를 참 좋아하는데 마지막으로 사탄의 마을에 내리는 비 이후론 별다른 작품활동을 하는 것 같지가 않다. 안타깝다. 나는 독산동 천사의 시를 박상우 작품 가운데 제일로 꼽는다. 그걸 읽으면서 두번을 울었다. 아마 지금 또 본다고 해도 울 것 같다. 어쨌든 구효서 외에도 조성기(이분은 숭실대 문창과에 교수로 재직중인데, 언젠가 기묘한 일로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윤대녕, 하성란 등등의 낯익은 이름이 있다. 정이현은 요즘에 한겨례에 기고하는 칼럼때문에 호기심이 생긴다. 이 사람은 (조작된 이미지인지는 몰라도) 상당히 예쁘다.

그러고 어쩌고 있다 보니까 DJ로부터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만난 다음에 당구장엘 갔다. 하도 오랜만에 치는 당구라 고작 두 게임 치다가 둘 다 지쳐버렸다. 이젠 뭘 해도 웃기지도 않는다. 나는 내내 말겐세이를 놓았고 녀석은 겐세이 족족 다 걸려 넘어졌다. 당구실력은 줄어도 말겐세이 실력은 늘은 것 같다.

그리고 연탄구이집인가에 가서 뜨끈뜨끈한 온돌 의자에 앉아 땀을 뻘뻘 흘리며 쏘주 두 병을 깠다. 돼지갈빈가를 시켰는데 댑따 맛이 없었다. 우리는 시끄러운 소음들 사이로 공격적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한개도 기억나는게 없다. 자신이 조금씩 소모되는 것 같다는 녀석의 말에, 뜬금없이 나는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다운받아서 봤던 스윙걸즈 얘기를 꺼냈고 그러다가 녀석은 상현이형 이야기를 했다. 마치 대화가 실체를 가지고 주점 안을 배회하다가 옆 테이블의 대화와 섞이고 부딪혀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옆 테이블에 앉았던 커플이, 몰랐는데, 주점을 나서는 모습을 뒤에서 보고 있노라니까 뜬금없이 어울리지도 않는 커플티를 입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 둘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때리고 싶었다. 물론 나는 쏘주만 마셨다. 더워서 그런지 취기가 심하게 올라왔다.

2차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그땐 거의 인사불성 정도여서 뭔 얘길 했는지 기억나질 않았다. 나는 내내 "여기 맥주맛이 원랜 안이랬는데." 라고 변명했던 것 같다.

마지막 압권이었던 부분은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0분에 한대씩 오는 9600번 좌석버스를 기다리던 것이었다. 녀석과 나는 완전 취해버려서 엄청 사람이 많은 가운데서도 고래고래 차가 오네 안오네 지금 몇시네 너 어디있네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뛰어다녔다. 혹시 지난 토요일 밤 10시에서 11시 사이에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셨던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시끄럽게 굴었던 것을 사과드립니다. 그러다가 버스가 와서 내가 먼저 버스를 타고 녀석과 바이바이 했다. 9600번 좌석버스는 우리 동네를 경유해서 부천시청까지 가는 버슨데, 오호라 간만에 종점까지 가버리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돌아 나오는 버스가 있어서 우여곡절끝에 집에 무사히 당도했다.

오는 길에 녀석한테 잘 들어가나 전화를 해봤더니 전화기가 꺼져있다고 해서, "바람이 멈추는 곳에 서라." 는 문자를 보냈다. 잘 받았는지 못받았는지 답장이 없는걸 보니 못받은 것 같다.

제사

할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경기도 의왕시엘 다녀왔다. 간만에 제사때 대빵 웃긴 일이 있어서 옮겨본다.

할아버지 제사때 모이는 내 또래 가운데 내가 가장 나이가 많고(작은집 애들은 이제 제일 큰애가 고1… 나머진 그 밑으로 쪼르륵..) 장남이라서 이것저것 힘쓰는 일, 잔 일은 언젠가부터 내 몫이 되었다. 이를테면, 교자상을 옮긴다던가 병풍을 꺼내서 세운다던가, 제수음식을 나른다던가 하는 일..
그중에 내가 제일 하기 싫은건 제수음식을 나르는 일인데, 이게 좀 사연이 있다.

원래 제사는 큰집에서 지내는 것이고 우리집이 큰집이긴 하지만 집이 매우 좁아서 작은집에서 제사를 지낸다. 마당이 있는 시골이라면 어르신들은 제사 준비가 완료될때까지 휘적휘적 마당에서 한담을 나누거나, 평상에서 술을 드신다거나 하면 되지만 작은집은 아파트라서 제사가 준비되는 동안 제삿상이 차려지는 마루의 쇼파에 앉아 계신다. 문제는 이분들이 딱히 그 시간을 보낼 만한 일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 준비마다 "이건 이렇게 해야하고 저건 저렇게…" 하는 식의 명령을 내린다.
그 중에 가장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분은, 제삿상 히에라르키의 가장 정점에 서 있는 작은할아버지다. 나는 매번 제수 음식을 나를때마다 할아버지께 "왜 과일이 뒤에 가 있냐, 생선은 저쪽이지" 하면서 핀잔을 듣는다. 교자상이나 병풍이야 하도 오래해서 눈감고도 적당하게 위치를 맞출 수 있는데, 이놈의 제삿상 차리기는 도무지 감각을 모르겠다. 나는 매번 소신껏 (그러나 작은 목소리로) "어휴, 작은할아버지. 저 아직 제삿상 차리는거 잘 몰라요. 그냥 음식 나르면 어른들이 정돈하시겠죠." 라고 말하는데, 거의 전달이 안되는 것 같다. 어쨌든.

올 해 제삿상의 논쟁거리는 과연 말린북어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작은할아버지가 뭐라 하시건간에 대충 제수 음식을 상에 올려만 놓는 경지에 이르렀으므로, 작은아버지가 제수 음식을 정돈하는데 여기서 그만 작은할아버지의 지적이 있었다.

보통 생선류는 동두서미(東頭西尾)에 따라 머리는 동쪽에 꼬리는 서쪽에 둬야 한단다. 뭔가 착각이 있었던지 작은아버지가 말린북어를 제대로 놓지 못하자, 작은할아버지가 "그건 거기가 아니라… 동두서미니까.. 어쩌구.. " 하셨던 것이다. 작은아버지는 지적에 따라 여러번 말린북어의 위치를 조정했는데도, 작은할아버지는 계속 뭔가 중얼거리셨다. 불만스러운 것이다. 게다가 우리 아버지도 뭔가 거들며 "그건 거기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바람에 중간에 작은아버지만 계속 북어의 위치를 옮겼다. 그러던 중!!

"에이, 동두서미면 이건데요 작은아버지."

허거걱!! 그렇다.. 우린 그냥 제삿상에 평행하게 둘 줄만 알았지, 진동과 진서의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던 것이다!!

순간 마루에 정적이 감돌았다. 작은할아버지도 할 말이 없지, 왜냐면 작은할아버지가 생선은 동두서미라고 하셨거든.

다들 아무 말 못하고 애매한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나는 그만 엄청나게 큰 소리로 웃어버리고 말았다.

진짜 동쪽과 서쪽이 어딘지도 모르면서 맨날 동두서미만 외우는 작은할아버지한텐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쓰러져도 일어서자

역시 나오키는 날 실망시키지 않아,

이걸로 만화책은 수능때까지 손때기로 했어.

잘들어,만갤러들

쓰러져도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거야 미유키처럼,

그리곤 하늘을 보고… 심호흡을 해

– 디씨인사이드 만화갤러리에서
…수원시 영통구에서 손님을 내려주고 걷던 강씨는 30분쯤 지나 서울 응봉동으로 가는 손님을 대리운전해 줬고, 그곳에서 다시 영등포 가는 손님으로부터 ‘콜(Call)’을 받았다. 4시 반에 영등포에서 부천으로 가는 첫 버스를 타야 하는데, 운이 좋았다. 시외버스에 몸을 실은 강씨는 멍하니 차창 밖을 내다봤다. 눈이 따갑고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는 이날 하룻밤에 300여㎞를 움직이는 강행군을 했다.

– 언젠가 조선일보 기사 가운데
…이날 텅빈 라커룸 구석에 식품코너 아줌마가 번데기처럼 이불을 감고 졸고 있었다. “언니, 집에 가요.” 흔들어 깨우자, “나 오늘 야근조(밤새워 일하는 조)야. 안녕. 내일 보자”며 ‘끙’ 하고 일어나 매장으로 향했다. 야근을 하면 시급의 50%(1650원)를 추가로 받는다. 서울 도봉구 창동 다가구 주택 월세 25만원짜리 옥탑방에서 두 자녀와 살고 있는 40대 주부사원. 오로지 아이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5년째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고 있다.

– 역시 언젠가 조선일보 기사 가운데

한꺼번에 몰아서 포스팅

1. 전투요정 유키카제
드디어 지난했던 시리즈 전개가 올 해 중순, Operation 5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하지만 나는 작년에 이 애니메이션을 알았으므로, 방영 초기부터 유키카제의 완결을 기다려왔던 이들보다는 조금 덜 기다렸을 뿐이다.

리뷰나 줄거리에 대한 얘기는 인터넷에 수없이 떠돌고 있으므로, 따로 쓰레기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유키카제(雪風). 카제, 라는 단어가 가지는 군국주의적 불온함 (마치 나카무라, 하면 일제 순사가 떠오른다던가 하는 식의) 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지만, 기체가 가지는 순수한 메카닉적인 아름다움은 가치중립적이다.

2. 일본만화들
요 근래 공포를 주제로 한 일본만화들을 많이 봤다. 시작은 잠.밤.기였고, 거기서 소개되는 만화들을 중심으로 열심히 찾아봤다. 찾을 수 없는 것도 있고 이미 절판된 것도 있었다. 혹은 다른 키워드로 찾아낸 유사공포물도 있었다.

매우 흥미가 있었던 것은 드래곤헤드생존게임이다. 둘 다 원폭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심을 기반으로 한다. (드래곤헤드는 좀 다른 얘기긴 해도) “어느 날 나는 어딘가로 향하다가…” 로 시작해서 사고가 일어나고, 정신차려보니 세상은 이미 멸망해 있었다.

한국인에게 원폭은 피상적인 공포일 뿐이다. 그건 세계 어딜가나 마찬가지다. 외적 폭력에 의해서 원폭의 피해를 입은 나라는 일본뿐인데, 드래곤헤드에는 매우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나온다. 인간이 원초적인 상황에서 심각한 공포에 쫓기게 될 때, 그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두가지 선택을 한다. 하나는 공포에 그만 미쳐버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꺼이 공포를 주는 쪽에 편입되는 것이다. 복잡한 얘기다. 이건 나중에 따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게 좋을 것 같다.

3. 개강
손으로 꼽아보니 8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내년까지 다녀야 하니까 9년을 다니는 셈이 된다.
얼마전에는 수시에 합격한 06학번이 될 후배와 메신저로 이야기를 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어서 좀 당황했다.

4. 가을
담배를 사러 밖엘 나갔더니 볕이 너무 좋아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가을엔 꼭 어딘가 가버리고 싶다. 남은 일 후다닥 마치고 축제기간을 이용해서 꼭!

축하해요, 오페라.

웹브라우져 오페라가 탄생 10주년을 맞아서 파티를 열었단다. 무료로 등록코드를 오늘 하루에 한해서 배포한다고 하는데, 등록하지 않아도 사용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하겠다.

이런 분위기가 재밌다. 나로써는 왠지 얼굴만 한 번 본 사람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기분이다. 아는 사람도 없고 다들 지들끼리만 재밌게 노는 것 같아서 좀 배아프긴 해도, 술렁술렁하는 분위기만 맛봐도 즐겁다.

직원들이 참여해서 만든 음악회 실황도 아주 수준급이다. 다양한 장르의, 순수 아마추어리즘의 극치, 랄까. 하하하.

암튼 축하합니다!

건망증

오래전에 읽었던 어느 일본 SF소설가의 작품 가운데, 사람들이 너무 일에 중독되어 자신이 과로로 죽었는데도 죽은지 모르고 계속 살아갔더래는 이야기가 있다. 주인공은 속이 답답해 소화불량인줄 알고 병원에 갔더니만 의사가 어두운 얼굴로 “당신, 심장이 멎어있어요.” 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요즘 당신과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엊그제 봤던 (일본) 괴기만화에도 그런 비슷한 내용이 있는데, 초자연적인 현상에 잘 엮이게 되는 주인공이 친구의 집을 방문한다. 친구는 주인공을 따로 불러 “우리 아빠한테 말 걸지마. 사실은 아빠가 며칠 전에 자살을 했는데, 하도 건망증이 심해서 자꾸만 집에 돌아오셔. 지금은 보통인 상태로 있지만, 어떤 계기로 자신의 죽음을 자각하게 되면 굉장히 난폭하게 변하거든.” 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알고보니 친구와 친구의 어머니도 죽어있었다. 연유인 즉슨, 친구 아버지가 정리해고로 인해 자책하다가 자신의 부인과 딸을 도끼로 살해하고 자신도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했던 것이다.

일본에는 이런 식의 분위기같은 것이 널리 퍼져 있는 모양이다. 의외로 무섭지 않고 오히려 착잡한 기분이 된다.

오늘 아침, 어머니의 출근 모습이 꼭 그랬다. 그녀는 살아 있는 것일까? 어두운 복도를 걸어 올라가며 잠깐 내 쪽을 흘겨보는데, 그 무표정함이란. 냉정함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며, 그야말로 얼굴에서 표정이라 이름 붙일 만한 것들을 모조리 긁어다가 불태워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심장 언저리를 만져볼까 했다가, 혹시라도 심장이 뛰지 않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가서 결국 그러지 못하고 보냈다.

그러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서 가족이 과연 어떤 것으로 전락해버렸는가, 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봤다. 경제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일정한 거처에서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 모두는 날마다 삶도 아니고 생활도 아니고 그저 ‘내일도 살아있기’ 위해서 돈을 벌러 나갔다가 밤늦게 귀가한다. 이것이 매일, 매주, 매달, 매년 반복된다.

아버지가 (어디선가 이제 아버지 얘기 안하겠다고 했던 것 같지만) 매주 직장 동료들과 천원씩 모아서 로또를 사 오신다. 내게 번호를 맞춰보라는 것이다. 나는 그게 사실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아버지는 막연하게 ‘로또에 당첨되기 위해’ 당신의 돈으로 오천원 어치 로또를 사오시는 것이다. 직장 동료들과의 재미로 하는거야 내가 뭐라 할 것이 못되지만, 아버지 스스로가 자신의 돈으로 로또를 사오신다는 것 자체가 내겐 큰 충격이다. 심지어는 주유소에서 주는 무슨 응모권이나 과자를 먹고 나오는 이벤트 안내 종이까지 다 가져오신다. 왜? 타워팰리스에 가기 위해서?

설마. ㅎㅎ.

7메가면 너무하잖아.

코드가 지저분하게 나온다는 단점때문에 한 삼사년 전부터 나는 위지위그 기반의 HTML generator/editor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나모는 내가 사용해본 에디터 가운데 최악의 코드를 생산해냈다. 최근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제 거의 모든 태그들의 property들은 머리가 기억 못해도 손이 기억하고 있으니까 뭐 괜찮지, 하고 있다. (물론 비표준 코드들만 기억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태그만 봐도 대충 사이트가 어떻게 나오겠구나 싶을 정도니까 오히려 assistant들은 거추장스럽다.

내가 유일하게 HTML generator/editor의 힘을 빌리는 경우는 간혹가다 이미지맵을 사용할때 뿐인데, 이놈의 좌표를 일일이 확인해가며 수정하는 것은 당최 성미에도 안맞을 뿐더러 굉장히 비생산적인 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이미지맵 생성기로써 드림위버나 나모를 쓰기엔 뭔가 손발이 안맞는다. 해답은? 이미지맵 생성기를 구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윈도우를 포맷하고 새로 필요한 프로그램들을 설치하면서 드림위버를 깔아야 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이미지맵을 써야 할 경우가 생겼고 드림위버를 깔아야 하나 어쩌나 하던 차에, 아주 예전에 GeoHTML이라는 이미지맵 생성기 프로그램을 사용해봤던 기억이 나서 검색엔진에 주문을 걸었다.

“구글아, 구글아 이 세상에서 가장 심플하고 강력한 이미지맵 생성기는 뭐니? 단, 프리웨어야 한다.”

나오는건 듣도보도못한 쉐어웨어 이미지맵 생성기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GeoHTML을 써야하나 (이건 프리웨어다) 하고 인터넷 자료실에 들어가 이미지맵을 따로 검색해봤다.
꽤 다양한 (이미지맵 생성이라는 매우 제한적인 용도에 특화된 프로그램이 열가지 이상 된다는 사실은, 역시 인터넷엔 희안한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프로그램들이 검색되었다. 그 중에 GeoHTML을 제외하곤 모두 쉐어웨어였다.

GeoHTML보다 적은 용량이면서 정말 필요한 기능만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으나, 30일 제한이라는 단서가 달린 것들 뿐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해불가능의 프로그램이 하나 있었다. Life Software Imagemapper V1.0 라는 것인데, 스크린샷으로 보아하니 기능도 매우 심플하며, 별다른 툴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면서 설치파일이 7.32Mb나 됐다. 나는 윈도우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무리 짱구를 굴려봐도 단순하게 이미지맵을 생성하는 주제에 왜 7.32Mb나 되는 용량을 가져야 하는지 쉽게 납득 할 수 없었다. 설마 인스톨러만 한 6메가 되는걸까? (이것도 웃기다.) 아니면 자동으로 군사위성을 해킹해서 누드비치를 세밀하게 촬영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라도 포함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걸 깔면 번들로 라이트 버젼의 드림위버라도 함께 깔리는 것일까? 정말 모르겠다. 왜 이게 7메가가 넘는 설치파일을 가져야 하는지.

옛날 얘기 자꾸 하면 나이도 많지 않은 주제에 웃기기도 하지만, 암튼 옛날 수십킬로바이트짜리 프로그램들이 참 그립다. 초창기 개발자들은 변변한 한글 입출력 라이브러리도 없어서 다들 손수 만들어서 썼다고 한다. 그래도 프로그램의 용량은 매우 작았다. 기억에, 무료로 배포되었던 마지막 이야기 버젼인 5.3은 500kb 안짝이었다. 그래도 매우 다양한 기능을 제공했다. (심지어 통신을 즐기면서 동시에 ims파일을 플레이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윈도우 프로그래머가 모뎀을 이용해 통신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과연 얼마나 용량을 줄일 수 있을까?
물론 지금 모뎀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땡깡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설치하지 않아서 그렇지, Imagemapper는 거대한 용량을 감안하더라도 유용한 기능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옛날 삼십메가 하드는 이제 삼백기가 하드가 되었다. 끝끝내 절반 이상을 채우지 못하고 합선으로 맛이 가버린 내 첫번째 컴퓨터.
벌써 나는 백오십기가를 의미없는 데이터로 가득 채워버렸다.

eye of beholder & sweet child o’ mine

eye of beholder. 주시자의 눈. 1999년 작. EBS인가 KBS인가에서 오래전에 틀어줬던 것을 지나가며 보다가, 그만 끝까지 다 보고 말았던 영화. 갑자기 생각났다. 이완 맥그리거가 나오긴 하는데, 별로 좋아하는 배우도 아니고 해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은 흐리다. 오히려 에쉴리 쥬드가 나와서 너무 좋았다. 나는 이런 피곤하며 짜증나지만 너그럽고 약간의 유머를 갖고 있는 여자가 좋다. 에쉴리 쥬드를 보면 누가 가끔 생각났다. 그런데 잊어버렸다.
줄거리는 잘 기억이 안난다. 아마 무슨 일인가로 이완이 에쉴리를 계속 쫓는다. 그리고 이완의 어린 딸이 등장하는데, 사실 이 딸은 유령이거나 이완의 상상속에서만 존재하는 딸이다.
그야말로 줄기차게 쫓고 쫓다가, 마지막, 알라스카인가의 도로변, 곳곳에 쌓인 눈이 아직 녹지도 않은 벌판에서 에쉴리는 (아마도 이완의) 총에 맞아 죽는다. 마지막 에쉴리가 이완의 품에 안겨서 죽어가는 모습은, 내 기억 속에서 누군가 죽는 장면 베스트 5에 한 4위 정도는 할 정도로 Impressive했다. 애닯다거나 숭고하다거나, 혹은 아예 처참하지도 않은 그냥 비홀더로써의 죽음. 근데 왜 갑자기 이게 생각났지?

sweet child o’ mine은 내가 막 제대하고 나서 굉장히 많이 들었던 곡이다. 당시에 이 곡을 불렀던 그룹은 mr. big이나 모틀리 크루나 그랬던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지금은 건즈앤로지즈의 것 밖에 찾을 수 없다. 나는 건즈앤로지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보컬의 째지는 목소리가 신경을 거스른다.
초반 기타 솔로가 crystal한 곡. 나름대로 명곡의 반열에 올릴 수 있다.

Google Talk

어떤 분과 테스트를 해봤는데 가끔 한글이 이상하게 출력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직 베타니까 뭐… -_-;;
—>
소문만 무성하던 구글메신저, 가 드디어 나왔다. MSN의 .net passport와 비슷하게 gmail.com의 메일계정을 ID로 사용하며 jabber로도 메신저 접속이 가능하다, 고 한다.
Google Talk은 아직 베타버젼이어서 좀 휑한 느낌이 나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은 다 지원한다. (인스턴트 메시징, 파일 전송, VOIP etc..) 게다가 gmail notifier 역할까지 해주기 때문에 꽤나 유용할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구글이 google talk를 다중 메신저 클라이언트로 개발해줬으면 한다. msn도 지원하고 말이지.

내 google talk ID는 kirrie@gmail.com 입니다. 혹시라도 사용하시는 분은 친구로 등록해주세요.

google talk를 사용하고 싶으신 분들은 일단 코멘트로 자신의 이메일을 남겨주세요. 그럼 제가 gmail.com으로 초대해드리죠.

그런 다음에 http://talk.google.com 에서 메신저 클라이언트(900kb)를 다운받아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일기

이틀전인가… 우연하게 무서운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매운음식 자꾸 먹게 되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에 자꾸만 그만 보려고 해도 멈출 수가 없어서 끝내 백갠가가 넘는 이야기를 다 보았다. 십오년만에 무서워서 잠이 잘 안왔다.

무서운 이야기를 보면서, 화알짝 열어 놓은 창문 밖에 백열등에 의해 생긴 기묘한 음영들이 자꾸만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까놓고 얘기해서, 중간에 창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너무 무서워서.

물론 이틀 정도 지나고 나니까, 다시 모든 것에 무덤덤해졌다. 오늘의 창밖은 어둡다. 가을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간다.

모든게 뒤죽박죽이 된 십년.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하게 서 있을 수 있는 어떠한 임계점이 있다면, 그 이전도 그 이후도 아닌 딱 그 점에 서 있는 경우가 최악이다. 유리컵에 조금씩 물을 붓다 보면 어느 순간 표면장력에 의해 컵 높이 이상으로 물이 ‘쌓이게’ 된다. 저 물은 과연 언제 쏟아질 것인가, 뭐 이런 얘기다. 나는 아마 그렇게 살았을 것이다. 심약한 정신. 어렸을 때 나는 내가 미치지 않는 것을 굉장히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내 ‘정신’을 두고 보면, 나는 지하 십팔층 감옥에서 온 몸에 팔뚝만한 쇠사슬에 묶여 있는 사람을 상상한다. 쇠사슬은 단단하게 벽에 고정되어 있어서, 그는 결코 몸을 바닥에 뉘일 수 없다. 그래도 미치지 않는게 다행일까? 이제 그냥 이거 놔버리고 싶은데.
문제는 정말 없다. 나는 좋은 가족과 좋은 친구들, 경제적으로도 당장 굶을 정도로 가난하지도 않고 대학도 다니고 키도 약간 큰 편이고 생긴 것도 뭐 이만하면 됐다, 고 생각하며 연애도 한 번 해봤고… 일반적으로 이것을 두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딱 어제 오후 두시에서 세시경의 하늘 같은 상황이다. 요즘같으면 저녁 여덟시에서 아홉시가 제일 견디기 어렵다.
그런데 나는 이게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냥 느낌이다. 뭘 잘 설명할 수도 없는데, 예를 들어서 가장 확연하며 거부할 수 없는 수학적 진리, 즉 1+1 = 2 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세계가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흔들리는 것 같고… 내가 나인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모든걸 다 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아무 것도 담을 수가 없다. 그러니까 힘들면 웃음이 나고, 기쁘면 우울해지거나 한다. 나는 그 상반된 감정을 잘 구분할 수가 없다… 갑자기 Scatterbrain이 듣고 싶으면서, 산양젖을 마시고 싶다. 머리가 아파. 몸이 아프면, 희안하게 정신이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내가, 확연하게, 만져진다.

자, 헛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2학기 복학하려고 한다. 복학은 이미 했고, 수강신청도 일단은 마쳤고. 깡 좋게 한번 듣다가 실패했던 형이상학을 다시 신청했다. 선생님도 같은 분. 미쳤다, 나. 아마 그거 열심히 듣다 보면 나 돌아버릴지도 몰라,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