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겪은 섬뜩한 이야기

아침에 동생이 허겁지겁 내 방에 들어오더니 형 정말 중요한 얘기야, 좀 들어봐 하면서 보챈다.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어서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해도 동생은 당최 내 방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대충 일을 마무리 해놓고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컴퓨터가 이상하단다. 드디어 컴퓨터가 맛이 갔나부다, 귀찮은 일 또 생겼네 하면서 속으로 투덜대고 있는데 동생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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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인가 형, 영화 다운받아 보고 있는데 누워 있었거든. 불 끄고. 근데 갑자기 곰플레이어랑 익스플로러랑 이것저것 내가 실행시켜 놓은 프로그램들이 누가 닫는 것처럼 다 닫히더니 컴퓨터가 꺼지는거야.

‘야, 그거 바이러슨데 뭘.’

나도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종종 그러더라고. 그냥 그렇게 꺼지면 다시 컴퓨터 켜고 하는게 귀찮아서 자버렸거든. 근데 어제 와우하고 있는데 그게 또 그러는거야. 와우가 그냥 꺼져. 아이 씨팔 하고 다시 와우 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노래가 들린다. 팝송이 들려.

‘뭔 팝송?’

우울한 팝송 있잖아. 거 뭐더라 최민식이 주인공 한거.

‘올드보이?’

아니 그거 말고 홀리데인가… 최민수구나.

‘아 홀리데이. 비지스라고 그룹인데 홀리데이라는 노래 불렀어.’ 하고 나는 못부르는 노래지만 홀리데이를 몇 소절 흥얼거렸다.

어 그건가봐, 그거 맞는거 같아. 암튼 와우 하는데 그게 들리더라고. 첨엔 들리는지도 모르고 있었어. (동생은 헤드폰을 끼고 와우를 한다.) 그런데 점점 음악이 커지는거야. 와우에서 그런 노래 없잖아. 근데 나중엔 정말 커져서 확실하게 들리는걸 알겠더라고.

‘그래서?’

그때까지는 별거 아닌줄 알았지. 혹시 무슨 프로그램에서 들리는가 싶어서 와우 다시 끄고 프로그램도 다 껐거든. 익스플로러도 다 끄고. 그런데도 계속 노래가 들리는거야.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고 엠피쓰리도 아니고, 아니 엠피쓰리에 내가 그런 노래 넣어 둘 리가 없잖아. 갑자기 너무 무서워서 컴퓨터 끄고 잘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약먹고 잤어. (동생은 요즘 신경안정제를 가끔 먹는다.)

그런데 거기까지 듣고 나니까 버릇처럼 그 광경을 상상하게 되었다. 정말 소름끼치는거 있지. 왜 아무 연고도 없는 노래가 전혀 들릴 일 없는 곳에서 들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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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하고 오후에 동생 컴퓨터를 한 번 정리해줬다. 네이버 피씨 그린을 백신으로 깔아뒀는데, 영 못믿겠어서 내가 쓰고 있는 avast를 깔아줬다. 한 삼십분 풀스캔으로 바이러스를 검색하는데 바이러스는 없었다.

‘야, 바이러스 없는데 정말 이상하다. 왜 그랬지? 혹시 형이 듣고 있던게 들린게 아닐까?’

아냐, 헤드폰 끼고 있었다니까.

‘그럼 귀신이 불렀나부다.’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동생의 뒤편으로 돌아가 홀리데이를 또 불렀다.

‘이렇게 불렀을꺼야. ㅋㅋㅋ’

귀신이 불렀다고? 입으로 반주도 다 내고? 혼자서 존나 빡셌겠는데 그 귀신 ㅋㅋㅋ

하면서 농담을 하고 나니 좀 나아졌나부다. 동생은 또 와우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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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그 노랜 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