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직 인 더 일산

그러니까, 뜻밖이었고 비일상이었으며, 충동적이었거나 불협음 같은 이었다. 김워냉군은 “간만에 서로 안취한다?” 라고 했다. 나는 아마도 점심을 먹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종로 어디쯤에 있던 일식 선술집에서 우리는 소주와 뭐라더라, 사케, 인가 하는걸 마셨다. 사실 취할만큼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지 뭐. 또 술집을 나와 애매한 시간에 한 잔 더, 를 외쳤고 바에 가서 양주를 사먹었다. 나는 꽤 돈을 썼던 것 같은데, 그 이상의 즐거움과 기쁨을 받았으니 괜찮은 거래다, 싶었다. 아우, 우린 음악 얘기를 두시간 가량 했다. 롹과 포크, 재즈에 대해 얘기 했고 아무래도 음악에는 어떠한 내재적 실체, 진리, 간주관적으로 지각 가능한 아름다움 같은 것이 있다는데 전적으로 동의했다. 테오 앙겔로풀로스도 얘기했고 자연히 그리스(Greece)도 얘기했다. 민호, 혜란이, 원주에 대해 갖는 막연한 죄송함 감사함 존경함에 대해 얘기했다.

오 마이 갓뜨, 나는 지금 일산이다. 녀석의 집이고 어제의 그 다음 날이며 혼자다. 녀석은 이미 출근했다. 나는 곧 이 집을 나가야겠다.

어제 밤, 이 아담한 원룸은 작은 콘서트장 – 7년전 사당동의 재현, 혹은 마지막 우드스탁의 재현 – 이 되었다. 간만에 새벽 2시, 우리는 상상할 수도 없이 크게 볼륨을 높여서 음악을 들었다. 킥킥킥킥. 야, 나 미치겠다 이 음악은 진짜다, 가만 있어봐 이 부분이 아냐, 뭐냐 이보다 위대하냐?, 요 다음 이 쾅! 그래 이 쾅! 쾅! 쾅!, 자끄 루시엘 트리오의 에릭 사티는 즐거우면서도 기품이 있었어. 그러나 그 어떤 노래보다도 내가 발굴(?)한 The Czars의 Drug보다 강렬하진 못했지. 이걸 내가 틀어주는 순간 녀석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음악이 끝나니까, ‘야, 다시 한 번 더 듣자.’, ‘야, 한 번만 더.’, ‘마지막으로 한 번.’, ‘…’
이거 매형한테 들려주면 끝나버릴까? 완전 죽을껄. 킬킬킬킬킬!!!

그러나 지금은 조용한 원룸. 방 구석구석에 숨어 있던 그의 일상과 먼지같은 고독들이 스멀스멀 유령처럼 기어나온다. 견딜 수 없어 틀어 놓은 티븨에선 이경규가 뭐라뭐라 시끄럽다. 어떤 경우에, 티븨는 충분히 한 인간의 대용을 한다. 윤대녕의 ‘사슴벌레 여자’의 사슴벌레 여자는 냉장고가 한 밤에 쿵쿵대며 돌아가는 소리가 마치 넓직하고 든든한 한 남자의 등 같다고 했다. 그래서 너무 애처롭다. 조금은 멜랑콜리해진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암튼.

더 뮤직 인 더 일산”에 대한 3개의 생각

  1. 우리 렌 많이 컸지? 모군아? 그치?
    예전 같으면 우리가 '발굴'이 아니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정말요? 형들이요? 언제 만들었어요?"하면서 놀라는 녀석이었는데…
    암튼 렌을 눌러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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