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은 직업병으로 인터넷 컨텐츠 프로바이딩에 대한 관심이 (조금) 있다. 그래서 종종 내가 이용하는 사이트들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여긴 이렇게, 이런걸 새로’ 하는 식으로 구상해보기도 한다. 물론 구상만이다. 귀찮게 해당 업체 기획팀에 아이디어 메일을 넣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하나 예외가 있었는데, 이건 어쩌면 순전히 내 개인적인 편리함을 위한 것이었고, 아이디어를 만들어 메일을 보낸적이 있다.
열심히 포인트를 쌓아가고 있는 yes24에는 언젠가부터 ‘리스트’라는 기능이 생겼다. (꽤 오래전 일) 어떠한 주제 아래 책들의 목록을 임의대로 만들어 공개하거나 혹은 개인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은근히 이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주로 이걸 ‘구매 예정’, ‘구매 대기’ 등등의 서적 목록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했다. 그러나 한때 나는 극심한 금전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으며 ‘구매 예정’ 목록에 올라간 책들을 ‘구매 대기’로 대거 옮길 수 밖에 없었다. 매우 슬펐다. 그때 문득 든 생각이 ‘이런 목록을 내게 호의적인 누군가에게 메일로 전송해서 그 사람이 쉽게 결제해 내게 선물로 줄 수 있다면!’ 이었다. 좀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책 선물 조르기’ 정도가 되겠고 며칠을 보내면서 이걸 하나의 아이템으로 가시화 시켜 yes24 기획팀에 보낼 수 있었다.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고 그저 어서 빨리 이런 아이템이 실현되어서 내가 누군가에게 조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나 답장이 왔고, 매우 흥미로운 아이템이며 현재 예정된 컨텐츠 추가 작업이 있어 당장은 구현이 어렵고 내부적으로 개발할 컨텐츠의 목록에 넣었다며 고맙다는 내용이었다. 조금 뿌듯하기도 했고 이제나 저제나 그 기능이 추가될까 싶어 한동안은 yes24에 열심히 드나들기도 했다. 근데 영 소식이 없어 실망하던 차였다.
오늘 문득 yes24에서 검색되지 않는 책이 있어서 교보문고 사이트에 들어가 이리저리 검색하던 가운데, 내가 이전에 기획하고 구체화한 ‘선물 조르기’ 기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매우 화가났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완전히 같은 것이 한둘이 아니었으며 페이지 플로우도 매우 유사했고, 아무튼 전체적으로 내가 만든 기획안의 판박이였던 것이다. 순간 무슨 생각까지 했냐면, 개인적으로 내 아이디어를 매우 중하게 여긴 yes24의 기획자 하나가 교보문고로 이직하면서 아이디어를 가져간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좀 더 알아볼 요량으로 교보문고의 ‘사주세요(선물 조르기)’ 서비스를 검색해봤는데…
알고보니 작년 초에 나온 서비스였다. 내가 yes24에 ‘선물 조르기’ 기능을 제안한건 올 해 초였고. 쩝. 뭐 할 말은 없다. 두 아이디어가 극도로 유사해서 잠깐 흥분했던 것이다. (근데 정말 거짓말 안하고 나는 이 아이디어의 최초 입안자가 나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어떤 특화된 서비스 내에서 발견될 수 있는 컨텐츠는 역시나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그게 어떤 종합포털의 성격을 띄기 전까지는 말이다.
오늘 문득, 돌고래님한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런 거 게을러서 못하는데,아무튼, 그런 생각이 들었었답니다. 그런데 이 글을 보니까 왠지 뜨끔^^
나도 비밀글로 답변을 써 놓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