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너의 뒷모습

나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어. 내 옆에서는 네가 곤히 잠들어 있었고, 계속 희부윰한 음영 아래서 그 모습을 지켜봤지. 얼굴을 만지고 싶었는데 네가 깰 것 같아서 말야, 너는 또 아침에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잖아. 나같은 백수하고는 상황이 다르니까. 아마도 너를 만지고 싶다는 것과 네게 해줄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가장 훌륭한 절충안은 그냥 그렇게 지켜보는 것 뿐이었을꺼야. 꿈을 꾸고 있을까… 근사하지 않아? 적어도 네가 잠든 시간에 나는 깨어 있고 너를 바라보고 있어. 숨이 콱 막힐 만큼 아름다운 시간이야. 그런데 너 코를 좀 골더라구. 하지만 그것도 너무 귀여웠어.

갑자기 보고 싶다고 전화를 해줘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지? 너의 작고 아담한 원룸, 약간의 알콜과 음악. 따뜻한 포옹과… 닭찜을 시킨건 사실 좀 무리였던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모든 것들이 정말 멋진 시간을 만들어냈잖아. 나는 네 화장품 냄새가 참 좋아. 씻은 뒤에 그 옅은 살깣의 냄새도 좋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건 네가 처음인 것 같아.”

“생각해보면 우리 지금까지 참 너무 외롭게 살았던 것 같아. 아무리 옛 일을 떠올려 보려고 해도 잘 되지가 않아.”

“인생을 너무 낭비한게 아닐까?”

네가 참 좋아.

“나도 네가 좋아. 내가 널 치료해줄꺼야.”

나도 널 치료해줄꺼야.

“주말에 어딘가로 여행이나 갈까?”

좋지. 네가 가고 싶은 곳이라면 나도 가고 싶어.

“너는 어디 가고 싶은 곳 없니?”

강릉.

“바다?”

응. 있지, 가서 아주 찐득하게 사랑하는거야. 찐득하게 이야기하고, 아주 긴 이야기…

아침에 일어나서, 사실 나는 그때 조금 깨어 있었는데, 그냥 일부러 자는 척 했어. 내가 없을때 너는 어떻게 출근준비를 하고 집을 나설까 엿보고 싶었거든. 작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네가 샤워를 하고 어제 널어 놓은 빨래감을 만져보다가 다 마른 것들만 따로 곱게 개어 놓고 나를 위해 밥을 준비하고 옷을 입고 (네가 옷을 입는 모습은 최고였어!) 방안을 둘러보다가 결심했다는 듯이 신발을 신은 다음 문을 열고 나가는 것까지 다 엿봤어. 눈물이 났지. 튼튼하게 자기 삶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내게는 그야말로 신비야. 어쩜 그렇게도 당당할 수가 있을까. 어쩜 그렇게도 강할 수가 있을까.

지금 나는 느즈막히 일어나 네 컴퓨터를 켜고 이 글을 쓰고 있어. 내 옆에는 내가 다시 다 마른 빨래감은 따로 개어 놓고 아직도 마르지 않은 것들은 그대로 널어 놓은 것들이 있어. 그 중엔 네 속옷도 있는데, 의외로 대담한 것이어서 깜작 놀랐지만 다음 번에는 이걸 입은 모습을 봤으면 좋겠어.

이제 갈께. 미안하지만 설겆이는 도저히 못해놓고 가겠다.

너의 출근하는 뒷모습은 정말 최고였어.

김원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출근하는 너의 뒷모습”에 대한 15개의 생각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