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계절

한때 내게도, 네게도 날개가 있었지
강철같이 따스한 파도
여명이 내린 남국의 해변
광분하는 풀씨앗
이제 봄이야, 하고 말하던 그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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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긴 긴 시간이 제 발에 걸려 넘어질 때까지, 우리는 살아남을 것이다.
눅신한 근육이 남은 자에게 훈장처럼 수여되면
그래도 봄은 춥다는 말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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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퍼 올려지듯이 기절 상태에서 벗어나면 환하게 빛나는 커튼이 보였습니다. 꿈 속에서는 잊기로 했던 일들이 리와인드 되고 있었고 내가 얼마나 추악한 인간인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커튼을 보고 있으면 온  몸에 열꽃이 피어났겠지요. 아직은 춥더군요, 아직은 봄인지 겨울인지 입이 바싹 마르고.
돌아오면서 나는 몇가지 이야기를 생각해냈는데 그 중 하나는 어느 날 갑자기 신발이 발에 혹은 발이 신발에 맞지 않게 된 어떤 남자에 관한 이야깁니다. 다른건 멀쩡한 가로등을 고장나도록 수리하는 엉뚱한 가로등 수리공에 관한 이야기고… 제법 그럴듯하게 꾸며내고 보니 어쩐지 다 내 얘기라서, 아 나는 도무지 나를 벗어날 수 없구나 했습니다.
저녁쯤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렸고 밥을 먹고 약을 좀 먹고 다시 누울때까지 모르고 있었는데, 감기에 걸렸나봅니다. 몸의 경계가 희미해요. 내가 나를 조정하는 것이 매우 서투르게 변했습니다. 또 하루 종일 누워 있었더니 허리도 아프고.

지금은 계속 아프리카 누나의 그 해먹 이야기가 머리를 떠나지 않네요. 제 멋대로 변형한 내용이긴 하지만, 바닷물을 연료 삼아 뻘겋게 불타오르는 수평선까지 우리는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겠지요. 누구도 놓치지 않게 단단히 두 손을 엮어 쥐고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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