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에릭 크립튼의 하이드 파크 공연 실황 가운데 “그래 내가 보안관을 쐈다.”를 들으면 피가 끓는다. 목구멍으로부터 간질간질하니 까끌한 욕설같은게 튀어나오려고 발악을 한다. 왠지는 잘 모르겠다. 가사 가운데 “내가 쏜건 보안관이지 보안관 대리 따위가 아냐” 라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 이것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쏘려면 보안관 정도는 쏴야 하는거 아닌가. 같은 교수형이라면 차라리 보안관 살해죄로 죽는게 낫지, 안그래? 아님 말고.

아무튼 요즘 상황이 좀 그렇다. 크게 한 건 하고 잠적할까 하고 생각중이다. 그리고 이 잠적은 아마도 오래도록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내가 잠적하면 슬퍼할 많은 팬들이 있기에. 여러분 정말 사랑해요. 내 입에서 이런 고백이 쑥스럼 없이 튀어 나올줄은 예전엔 미쳐 몰랐네. 아님 말고.

내가 없어도 다들 잘 살고.. 내가 없어도 너는 어제와 같고. (아마) 나에게도 내가 없어도 될 것 같다. 검은 현무암이거나, 겠지. 그정도가 딱 좋다. 검은 현무암. 서사모아 제도 같은데서 지구 생성부터 지구가 폭발할때까지 에메랄드빛 바다를 바라보는 그런 현무암 말이다. 파도에 녹기도 하고 바람에 쓸리기도 하면서 차츰 키가 줄어드는 나는야 검은 현무암(이 되고 싶다).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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