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마음

매번 월말이 되어 다음 달 서버 회선료를 결제하러 사이트에 접속할때마다, 나는 의식적으로 아무 생각도 안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지난 한 달 동안 블로그를 통해 육만원 어치의 소통을 했냐 하면 역시나 백분지 일도 안했기 때문이다. 그럴때면 심한 자괴감에 빠진다. 뱀이 자기의 꼬리를 물듯이 육만원이, 또 은행의 잔고로 연결되고, 또 밤낮이 바뀐 생활에 연결되고, 또 어두운 미래와 마음과 짓기도 전에 폐허가 되어버린 미래같은 구렁텅이의 무한반복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후다닥 결제를 마치고 나오고 잊어버린다. 내가 평균보다 더 절망적으로 사는걸 생각하는게 아닌가 하고, 그게 주제넘고 꼴같잖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 그렇게 따지면 마음먹기에 달리지 않은게 어디 있겠어. 잊어버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활동하고 변화하고… 이상하게 그런게 잘 안된다. 나는 내가 평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다지 절망적이지도 않다.

밤에 일을 하다가 갑자기 막 어지러워서 후다닥 누워버렸다. 올 여름 내내 그랬듯이 자동적으로 선풍기를 켜뒀는데, 중간에 으슬으슬 추워서 다시 일어나 선풍기를 껐다. 저녁 뉴스에 폭염은 끝났습니다,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그다지 멜랑콜리해서가 아니라 단지 하루 종일 선선하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레드 제플린

제프 버클리가 끝나고 나자 사장님은 그의 아버지인 팀 버클리의 음악을 걸면서, 나는 그래도 아버지의 음악이 좋다, 둘은 매우 닮았다 하면서 팀 버클리의 음반 재킷을 펼쳐 내게 보여주었다. 이 둘은 웃기게도 매우 닮았다. 생김도 (당연히 부자지간이니) 그렇고, 보컬도 그렇고, 음악하는 스타일도 그렇다. 잘 생겼네도 아버지도, 하고 나는 맥주를 마셨다.

새벽 두시가 조금 넘어가는 시간이라 실내에는 스탠딩 체어에 앉아 있는 나와, 어떤 아저씨 둘 뿐이었고 그마저도 아저씨는 곧 값을 치르고 사장님과 한참을 인사하다 나가버렸다. 나는 내가 너무 일찍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영업을 시작하기 전의 무거운 공기의 냄새가 났다. 그리고 나서 사장님은 계속 유투브를 검색하며 마그나 카르탄가, 무슨 밴든가의 음악을 찾으면서 아 이게 아닌데, 왜 그게 없지 하고 나를 보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잠시 빈 시간을 위해 틀어 놓은 노래에 계속 마스커레이딩~ 어쩌구 하는 가사가 있어서, 나는 문득 플래툰 OST에 실려 있던 스모키 로빈슨의 Tracks Of My Tears가 듣고 싶어져서 그걸 청했는데, 아쉽게도 없었다.

다음주 토요일에 레너드 스키너드를 연주하는 밴드가 라이브를 한다고 하니 꼭 오라는 말을 뒤로 하고 나도 집에 가야지 하고 가게를 나섰다. 오늘 하루는 매우 길었다, 하고 적는다. 오늘 난 대체 몇 명을 만나고 다닌걸까. 새벽인데도 거리에는 차들이 즐비했고, 테일 램프의 빨간 등이 요란하다. 택시 기사 아저씨는 중간에 무슨 일인가로 목청을 돋우고 공무원들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집에 와서는 아까 저녁에 사둔 책을 서너 줄 읽고 나서 곧바로 잠들었다.

디씨인사이드

우리나라에서 요식체인의 성패는 여대 앞 상권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이는 식도락을 즐기는 여성이 많고 그 사회적 영향력도 크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사회(가부장제)에서 여성에게 식욕은 금기에 가까운 욕망이다. 여성은 식욕을 갈구하면 비난받고, 참아낼수록 칭송받는다.

예를 들어 식욕에 관대할 수 밖에 없는 식도락 만화 가운데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이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절대미각을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의 곁에서 맞장구나 쳐주는 역할이 아니었는지?  비록 여성이 주인공이라 하더라도 이때의 식도락은 케익, 초콜렛, 디저트 음식 등 ‘여성화’된 음식일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없이의 주인공 Y나가 F미. 그녀는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금기된 식욕에 충실할 뿐더러 솔직하다. 그녀는 간, 곱창 등 내장 요리에 환장하고, 자신이 선택한 요리, 혹은 음식점의 맞장구를 남성들에게 요구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지는 않아도 찾아 볼 수 있는 유형의 케릭터다. 그러나 우리는 미디어에서 이런 여성을 만나기 어려웠다.


DCINSIDE 만화갤러리 게시판 중 ‘대성학원’님이 쓴 글 가운데

가끔 볼만한 만화 추천 받으러 만화갤러리에 간다. 한페이지 두페이지 넘기다가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라는 만화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이었는데, 일단 만화 자체보다 우리 사회 에서 여성의 식욕이 터부시 되어 왔다는 것, 각종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맛’에 대한 완고함 – 그리하여 그것이 곧 여성의 파편화로 이어진다는 것.. 이런걸 읽어내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게시판에 이런 글을 적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소름이 돋을만큼 깜짝 놀랐다. 역시 디씨인사이드가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버티는 이유가 있구나!

Sunday, Bloody Sunday

U2 – Sunday, Bloody Sunday

I can’t believe the news today
I can’t close my eyes and make it go away
오늘 그 뉴스를 보고 믿을 수 가 없었어
차라리 눈을 감고 잊어버리려고 했지만 그럴수도 없었네

How long
How long must we sing this song?
How long, how long?
Tonight we can be as one
Tonight
얼마나 오랫동안,
진정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는 이 노래를 불러야 하나?
얼마나 더, 얼마나 더?
오늘 밤 우리는 하나로 뭉칠 수 있어
오늘 밤

Broken bottles under children’s feet
And bodies strewn across a dead end street
But I won’t heed the battle call
It puts my back up against the wall
아이들의 발치에 깨진 병들과
거리 곳곳엔 시체가 흩어져 있네
하지만 난 전투가 시작된다는 신호를 들은 적이 없어
나는 벽을 등지고 숨기만 했네

Sunday, bloody sunday
일요일, 피의 일요일에

And the battle’s just begun
There’s many lost
But tell me who has won?
The trenches dug within our hearts
And mothers, children, brothers, sisters torn apart
그리고 전투가 시작됐지
진 사람은 많은데
아무도 누가 이긴건지 말해주지 않았어
우리 마음 속에 깊게 참호가 파이고
그리고 엄마들과 아이들, 형제들, 자매들이 찢겨 죽었네

Sunday, bloody sunday
일요일, 피의 일요일에

Wipe your tears away
Wipe your tears away
Wipe your bloodshot eyes
네 눈물을 훔쳐라
네 눈물을 닦아라
네 충혈된 눈을 씻어라

Sunday, bloody sunday
일요일, 피의 일요일에

And it’s true we are immune
When fact is fiction and TV is reality
And today the millions cry
We eat and drink while tomorrow they die
The real battle just begun
To claim the victory Jesus won
On a sunday, bloody sunday
이젠 그런 걸 봐도 아무렇지가 않은걸
사실이 허구가 될 때, 티븨에서 말 하는 것들을 그대로 믿어버릴 때
바로 오늘 수백만의 사람들이 울고 있을때
우리는 먹고 마시겠지, 바로 내일 그들이 죽어갈 동안
진짜 전투는 이제 막 시작됐어
주께서 승리하셨다고 선언할 그런 전투가
일요일, 피의 일요일에

오늘의 요리 – 도토리묵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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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묵 냉면

재료



  • 도토리묵 적당량
  • 냉면육수 (슈퍼에서 한봉지에 얼마 하는 식으로 팜. 여러 종류의 육수가 있으니 입맛에 맞게 구입하면 됨.)
  • 김치 (약간 신 김치가 좋음.)
  • 참기름 약간
  • 식초 약간
  • 기호에 따라 오이, 삶은 계란 등

준비과정



  1. 도토리묵을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전 ‘냉면’에 충실하기 위해 면발처럼 길게 썰었는데, 막상 먹을때 불편하더군요. 깍둑썰기가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2. 김치를 작게 다져줍니다. (우리집 표현으로는 ‘쫑쫑썰기’가 되겠습니다.)
  3. 그릇에 자른 도토리묵을 담고 김치를 위에 얹습니다.
  4. 구입한 냉면육수를 붓습니다. (보통 크기의 국그릇이면 육수 1봉지가 딱 알맞습니다.) 이 때 시원하게 드실 분은 얼음을 추가합니다.
  5. 참기름을 사정없이 쳐줍니다. (전 고소한걸 좋아해서..)
  6. 간을 보고 신 것을 좋아하지 않는 분은 현 단계를 패스하세요. 적당히 신 것을 좋아하시는 분은 식초를 약간 넣어줍니다.
  7. 기호에 따라 오이나 삶은 계란을 얹습니다.
  8. 먹습니다!!! 맛있게!!!

유의사항


오늘 집에 오다가 이상한걸 자주 파는 단골 떡볶이 노점 할머니네에 ‘도토리묵냉면’ 신메뉴가 추가되었길래 카피해서 만들어봤습니다. 마침 지난 일요일 할머니 생신이어서 할머니댁에 갔는데, 할머니가 직접 만드신 거라며 도토리묵을 엄청 싸주셨거든요.
점점 더워지니까 식욕도 없고 한데 자취하시는 분들이라면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한끼 식사 메뉴로 추천합니다. 맛도 있고 칼로리도 무척 적습니다.

이야기 듣기

그닥 중요하지도 않은 게임이었는데, 친구가 하소연 할 곳이 없어 전화를 걸어 통화 하는 내내 나는 한쪽 어깨에 핸드폰을 걸치고 연신 키보드를 두드렸다. 녀석의 목소리가 떨렸다. 어떤 일들은 사소하게 보이지만, 사실은 요동 없는 검은 늪같이 깊고 어둡다는걸 알고 있다. 어쩌면 일생 일대의 중요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십오분인가 삼십분 동안을 능수능란하게 두가지 일 사이에서 줄타기 하는 나를 보면서, 개새끼라고 생각했다. 어쩜 이렇게 인간이 매몰찰 수 가 있을까.

무슨 일일까. 나는 무슨 말을 하는게 가장 좋았을까. 내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일을 겪은 뒤에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기가 두렵다. 이를테면, 관계가 관계 이상의 책임이 되는 그런거 말이다. 필요 이상으로 세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서, 내 안에서 나의 위치를 끊임없이 재확인하고 분리하고 가두고… 이건 너의 나고, 그건 걔의 나고 하면서 말이다. 그래도 결국 나의 나는 남는구나 하면서. 연애도 그렇다. 사실 난 지금 생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심히 연애를 원하고 있다. 실물의 사람의 따뜻한 온기를 느껴본게 정말 오래전 일이었다. 일전에 버스를 타고 가는데, 옆자리에 어떤 꼬마애가 앉아 내게 등을 기대더라. 나는 돌아서서 얼굴을 가리고 들리지 않게 계속 울었다. 꼬마애의 등이 너무 따뜻했다. 그런데 연애란 것, 이것은 서로에게 피할 수 없이 관계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간에 나는 그의, 그는 나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고 또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 관계를, 정신 바짝차리고 따져보면 너무 끔찍하다. 책임을 지기 싫은게 아니라, 내가 그 책임을 질 수 있을만큼 어른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 여자친구와 가끔 통화를 하면, 고맙게도 그녀는 오빠때문에 나 많이 변했어, 이제는 집회에도 기회가 되면 종종 나가고 (주여) 인터넷에서 그런거 막 찾아보고 그래, 고마워 하는 것이다. 고맙게 생각해 준다고 하니, 아마도 이건 정말 우주적인 확률인 것 같다. 하지만 그녀가 나로 인해 어떤 상처를 받았거나, 돌이킬 수 없게 변했다면? 매우 우울한 사람이 되었다거나, 아.. 마치 어느 날 정석이형이 사라진 학교를 견뎌내야 했던 것처럼 된다면. 물론 아주 긴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나는 다시 온전함으로 견인되겠지. 또 다시 혜성이 접근하지 않는 한, 나의 이 궤도는 무리없이 영원히 같을 것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매우 길고 춥다.

서로의 필요한 만큼만 주고 받으면, 또 그런 세상은 나름대로 지옥같을 것 같다. 매우 어리석게 애둘러가며 적었지만, 이 일기 아닌 일기의 주제는 연애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다.

어쩌면 나는 아무 것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산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고 사는걸수도 있다.

나는 내가 날 변화시킬 수 있는데까지 변화시켰다. 변화란 내가 수직으로 자라는 모양이 아니라, 수평으로 퍼져 나가는 과정이다. 저 끝에서 나를 끌어 줄 누군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