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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것저것을 하다가 밤이 지났고 아침이 되어 근검하게 배달되는 신문을 훑다가 (이건 사실 거짓말) 책을 보다가 밥을 조금 먹고 병원에 갈까 잠깐 또 생각하다가 그냥 침대에 누워 별을 세고 있었다. 타이밍, 이 중요하다 나는 어느 한 시점을 제대로 잡으면, 항상 제대로 일이 풀릴 것이라고 여긴다. 한편으로는 그것이 기만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서 때때로 과연 내가 누구 편인지 궁금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니 아주 오래전에 꾸었던 꿈이 떠오른다. 그때 나는 (꿈 속의 망상으로) 이산화탄소병, 에 걸렸었다. 이 병의 증상은 들숨은 가능하지만 날숨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물론 조금은 당황했었다. 숨이 내쉬어지지가 않아서 가슴이 계속 부풀어올랐다. 그런데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당황은 했었다. 틀에 맞지 않는다. 부정교합, 이다. 또 어제는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중고로 내놓는다는 사람에게 메일을 보냈다. 두 권을, 가능하면 구하고 싶다고. 그러나 답장으로 온 메일엔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그냥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두 권 구하고 싶었을 뿐이다. 한 권은 내가 보고 다른 한 권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주려고 했다. 이상하다. 분명히 메일 주소도 맞게 보냈는데… 톰 맥레이가 (차라리 바라는 바 대로) 가죽바지에 길게 머리를 기르고 코카인이나 빨아대는 롹커처럼 살고 싶기도 했다. 문제는 내가 노래 부르기나 악기에 전혀 조예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족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아, 그런데 지금 내가 왜 깨어 있냐 하면은 어제 마치고 보낸 일감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이다. 큰 문제는 아니다. 컴퓨터를 켜는 것은 내게 정한수를 떠놓고 비는 듯한 일종의 제의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에, 얄밉게 할 일만 마치고 전원을 내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찬찬히 다시금 사이트를 둘러보고 윈앰프를 켜서 음악을 듣고 (한 두어 곡) 여기에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때로는 열 서너줄도 더 쓰고 그냥 지워버린 다음에 이불 뒤집어 쓰고 울다가, 또 때로는 나중에 써야지 하면서 다음에 지워버리거나 한다. 횟배를 앓는, 정신은 은화와 같이 맑다. 또 뭐였더라? 딕셔너리 넘어가듯. 날개에서 아마도 주인공의 처는 주인공을 매우 사랑했을 것 같다. 사랑이 무한한 잠재력이라면, 그의 처는 드디어 그에게 없던 날개를 사주었던 것이다. 내가 항상 하는 말처럼, 아주 먼 과거에 들었던 아주 먼 미래의, 혹은 아주 먼 미래에 들었던 아주 먼 과거의 꿈 같은 것. 미안하지만, 나는 이것보다 더 적확하게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바를 표현하는 표현을 표현해 본 적이 없다. 이게 내 잠재력이라면 잠재력이고, 내 한계라면 한계다. 그런 맥락에서 무엇이 어떤 것의 미래라면, 그것은 곧 어떤 것의 과거라는 말도 된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가 왜 그렇게 과거에 집착하는지, 과거에서 곧 미래인 현재에 때때로 과거가 투영되면서 이 영화가 이야기를 뭉그러뜨려 어떻게 판타지를 만들어 나가는지 잘 알 수가 있다. 아마 나만 아는 것 같다. 왜냐하면, 슬프게도… 내게, 여자는 항상 먼 미래에 보았던 과거의 잔영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분들은 이게 무슨말인지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애써도 된다는 얘기) 나는 나만이 아는 언어로 내가 생각하는 바를, 미래의 나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약간이라도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은 “The Longest Journey”라는 게임을 끈기를 갖고 마지막까지 플레이해보기 바란다. 내가 식음을 전폐하고 보름동안이나 플레이 해야만 했던 정말 아름다운 게임이다.

그러므로,

중국인의 방에 갖힌 인간들이여. *용기를 갖고 / 패배하라.

*”피를 마시는 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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