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m mcrae news on 14. 10. 2008

14.10.2008

Apparently the forum is offline, sorry about this, it’s technical gremlins somewhere totally outside of our control.Look, if the governments of the world can’t control the economy, and no one seems to be in charge of anything – is it any surprise when something like this happens? We can only apologise again, and hope that the forum rescue plan we put into operation can save us all, before it’s too late.

2008년 10월 14일

보시다시피 포럼은 오프라인 상태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들 때문에 우리도 어쩔 수가 (control) 없답니다. 하지만 보세요, 세계의 수많은 정부들도 경제 문제에 대해선 어쩔 수가 (control) 없잖아요? 그리고선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지요. 이런 비슷한 일이 우리에게도 일어났다고 해서 그게 뭐 크게 놀랄 만 한 일은 아니겠지요. 우린 그저 또 다시 사과할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포럼 구조 작업을 계획하면서, 그게 늦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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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블로그에 쓸게 없어서 오랫만에 톰 맥레이 사이트에 들어가 최근 뉴스 (라고 해봐야 작년꺼) 를 번역해본다. 내가 이 청춘을 좋아하는 이유는, 약간 과장된 모양이긴 해도 끊임없이 자기와 사회를, 세계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싱어-송 라이터라는 직업적 특성상 그가 가진 파괴력을 아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소비한다.

다 치우고, 그저 일관된 자세로, 적어도 방향 만큼은 바뀌지 않으며, 그러니까 변심하지 않을 자신이 우리에게 있다고, 아니 나에게 있다고 과연 강력하게 주장 할 수 있을까. 사장이 어느날 회식 자리에서 ‘좌빨새끼들’이라며 ‘그렇지 않나요 이대리?’하고 물으면 나는 어떻게 대답 할 수 있을까? 아마 한 밥 두 공기 정도의 칼로리를 소모하면서, 그토록 열심히 대가리를 굴려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맹렬하게 내가 견지하고자 하는 방향과 사장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간격을 최대한 좁힐 수 있는 최적의 문장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는 수 밖에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발인이 있던 날 점심을 먹으면서 같은 팀의 사원 하나가 ‘여기에 혹시 노무현 지지자가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말은 안하지만… 혹시 있으세요?’ 라고 던진 질문에 내심 속으로 ‘적어도 지지자는 아니었으니까’하고 말아버렸지 않는가.

나는 어떤 형태로 서 있는가. 나는 자신이 있는가. 목표는 분명한가.

매일이 자신에 대한 혐오로 가득하다. 그리고 나는 바란다. 제발 내일은 이 혐오가 다시금 에너지가 되기를.

톰 맥레이 첫 내한공연 후감, Tom Mcrae first gig in Seoul

나는 왜 이 69년 영국산 청년이 대한민국 팬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않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자, 이건 팬으로서의 오피셜한 발언이고.

아직까지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그다지 크지도 않은 공연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객석에 앉아서 시작시간 전까지 무의미하게 흘러 나오는 무딘 경음악들을 애써 참아내며 나는 확실히 뭔가를 상상하고 있었다. 이 청년은 분명 파퓰러한 뮤지션이 아니라, 그냥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며 동시대를 살아내고 가끔 전화해 꾀어 내면 시덥지 않은 고기 몇 점에 소주 한 잔을 걸치더라도, 그래서 이 무궁한 삶들이 누추하게 느껴질 지라도 끝끝내 네가 있어 산다, 나는 끝끝내 변혁할 것임을 믿는다 고백하며 내일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상상이었다. 가끔씩 집중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를 꼬부랑 글씨들 턱에) 그의 글들을 읽어 보면 10년의 나이 차이가, 대한민국과 영국이라는 지역적,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짱구 굴리는 모양새는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트와 바이트로, 또 동축케이블이나 광케이블로 연결된 활자화 된 관계일 뿐이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어느 순간 그가 나타나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미몽같던 상상들은 천장으로부터 추락해 내게 실물의 톰 맥레이를 던져주었다. 그건… 그다지 멋진 일이 아니었다. 스폿 라이트로부터 그의 각진 미간이 만들어 내는 어두운 눈덩이라던가, 왼발 오른발로 탁탁 바닥을 때리며 리듬을 맞추는 스타일은 지금까지는 내 상상 속에서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아, 이러니까 내가 무진장 위험한 스토커 같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이젠 그게 아니라는걸 알아버린 것이다. 그는 그 나름대로 살아서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주체였다. 이건 아마도 스타와 팬 사이의 풀 수 없는 오래된 오해 같은 것일까.

아무튼 정제된 스튜디오에서의 완벽한 곡만 듣다가, 가끔 박자를 놓치거나 줄을 실수로 뮤트시키는 등의 생동감 넘치는 라이브를 듣는다는 것은 그것대로 멋진 경험이었다. 아직 신보인 King of Cards를 구하지 못해서 종종 처음 듣는 곡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가 부르며 유명해진 곡들 ‘Still Lost’, ‘Walking 2 Hawaii’, ‘For The Restless’, ‘End Of The World’, ‘You Cut Her Hair’ 등등을 남몰래 따라 부르며, 몇십년 전에 내한했던 클리프 리차드에게 팬티를 벗어 던졌다는 무시무시한 우리 엄마 세대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프로그램에 없었다면 미친듯이 뛰어나가 그의 멱살을 잡고 신청했을 나만의 톰 맥레이 18번 ‘The Boy With The Bubblegun’이 아무렇지도 않게 시작되었을 때엔, 나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고 좌석에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내가 생각하는 톰의 강점은 그가 자신의 음악에 대해 진지하다는 것이다. 다시. 물론 어느 뮤지션인들 자신의 음악에 진지하지 않을까. 다시. 내가 생각하는 톰의 강점은 그의 진지함의 형태가 나를 움직이게,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버블건 소년의 가사는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터져 나오는 격한 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의 한계에 이르러 오히려 외면적으로 고요한 모양새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시퍼렇게 날이 선 예리한 칼날을 연상케 한다.

언젠가 다시 오기를 희망한다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적이 있어서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클로징 멘트였어도 나는 그 말을 믿기로 했다. 주로 유럽과 북미에서 활동하던 그가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아시아 투어를 온 것인지는 나도 어리둥절 할 정도지만 (그나마도 아직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뿐이다.), 그의 노래가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동쪽의 한 나라에 한 청년을 감동시켰던 것을 잊지 않는다면, 그가 언젠가 다시 방문할 그 날엔 우리는 더 많아 질 것이고 계속 그렇게 더 많아 질 것이다.

하나, 오늘 9시에 홍대 클럽 Freebird에서 조촐한 팬미팅 (아, 팬미팅이라니!) 과 함께 몇 곡을 부를 예정이라고 한다. 공연장이야 무턱대고 혼자 갔지만서도, 클럽에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가봤으면 좋겠다.

둘, 혹시 어제 공연장에서 사진 찍으셨던 분 계시면 트랙백 좀 쏴주세요. 촬영 안되는 줄 알고 카메라를 안가져 갔더니 후회막심이네효!

Tom, It was a great gig to me last night. I’m afraid you might have been disappointed about small fans. But don’t forget your saying that you hope you’ll come to this country again. We’ll be getting more and more.  

I float through strange days

Still Lost
– Tom Mcrae

So my love I
Left this world for a while
For a while

I float through strange days
Search the one wayto
Bring me back to you

So don’t let mego
Don’t let me go
Don’t let me go
From here

‘Cos I’ll be still lost
I’ll be still lost
I’ll be still lost
I’ll be still lost
When you come
When will you come
To look for me

If I was to
Call you
Would you come
And if I was to
Call you
Would you come
Oh my love
When will you come to look for me

‘Cos I’ll be still lost
I’ll be still lost
I’ll be still lost
I’ll be still lost
When you come
Why don’t you come
To look for me?

–>
오늘날 내가 누군가에게 깊게 의지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죄다.
너무 오랫동안 갖고 싶은 사람이 없었다.

미안해. 이제는 너무 사랑해..

2월 17일자 tom mcrae 일기

February 17th, 2006
Got to be quick…. new downloads in the music section. Let’s call this the audience participation collection.

This is a giraffe. He lives in Niger, Africa. I was with my driver heading back to the capital, Niamey, when we veered off the road and weeved round bushes and trees and suddenly there stood this beautiful creature. It was welcome distraction from the reason I went to Africa in the first place. Maybe the news will start reporting that the situation still isn’t good out there, but then again maybe not. I have no idea why I’m telling you this. Because otherwise I have nothing interesting to say. Still writing songs, getting ready to start recording. Still drinking coffee.

2006년 2월 17일.
빨리 했어야 했는데… 어쨌든 music section에 새로운 음악파일이 추가되었습니다. 가서 들어보세요.

이건 기린입니다. 아프리카, 니제르란 곳에 살지요. 운전수와 함께 니제르의 수도인 니아메로 향하고 있을때, 우린 그냥 길이 아닌 곳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덤불과 나무들이 조금씩 보였고… 갑자기 이 아름다운 생물이 나타났지요. 생각지도 못한 놀람이어서 참 기뻤습니다. 만약 뉴스에서라면 “현재 이곳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습니다.. 어쩌구” 하겠지만, 뭐 아닐 수도 있구요. 왜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아마도 별로 하고 싶은 말이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전 그냥 계속 곡을 쓰고… 녹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커피도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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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모르는 곳은 어물쩍 넘어가고, 대충 의역.

2005 Kirrie Best Music Award

슬슬 연말도 되었고.
사실 올 해는 작년처럼 영혼까지 흔들리는 음악들을 그다지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강박처럼 10개를 채워야 한다, 고 해서 억지로 10개를 뽑아봤지만 그 중에 몇 개는 Best Music이라기 보다는 그냥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일 뿐이고요.

언제 터뜨릴까 조바심 내다가 오늘 왠지 젖빛 유리창 밖 유령같은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까짓꺼 오늘 터뜨려 봅니다.

언제나처럼 번호는 순위가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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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od Bye Lenin OST
얀 티어센의 음악은 언제나 울먹이는 흰색 비닐봉다리 사이로 보이는 세계, 어느 낯선 골목길, 이를테면 비오는 날의 충무로-종로 구간 같다. 명료하지만 그것은 불분명함에 대한 명료함이다.
레닌 그라드는 상트 페테스부르크로 지명이 바뀌었고 (사실 그 이전에도 상트 페테스부르크였다), 곳곳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되었다. 레닌 동상의 철거를 두고 사회주의의 총체적 몰락과 관계짓는 조악한 상상력이나, 현실 사회주의의 이상향에 대한 둔감한 희망이나, 골수에까지 무력함이 뻗은 (이럴바엔 차라리 맹렬한 반동이 낫다.) 빈약한 쁘띠이거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그런거 잘 모르겠고 말하자면 불분명함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념의 과잉, 음모의 과잉, 소문의 과잉, 전투적 성공신화들의 과잉, 정보의 과잉 등등의 가운데서 여전히 엄마들은 자식들이 꾸미는 아득한 거짓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척 하다가 죽는다. 아빠는 서독(2005년, 여전히 동독과 서독이 갈려있다는 사실이 믿겨져?)의 부유한 의사고 생판 모르는 나이 어린 동생들이 생겼다. 누나의 남편이란 작자는 언제나 맘에 안든다. 나는 라라를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로켓에 담아 다 날려버린다. 이러한 불분명함들에 대한 명료함. 이름부터가 명료하잖아. 얀 티어센.

2. Sigur Ros
어느 날 하늘에서 열두장 날개를 가진 검은 낯빛의 천사가 내려와 육삼빌딩 꼭대기에 섰다. 그는 인간을 사랑했으나 그가 사랑하는 인간들은 사랑의 의미를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랑은 행동이라고, 이런 천박한 카피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가 멀티비젼에서 쨍쨍 울렸다. 걍 움직여, 시간당 이만사천원으로 환산되는 급여명세표에 진리가, 방방헬스 3개월치 끊으면 회원증 50%할인, “까라면 까, 어디서 새빨간 이등병 새끼가.” – 1999년 8월 23일 강원도 7사단 16대대, 체크카드를 써도 소득공제가 되나요? (네, 됩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핸드폰 없으면 왕따…
천사는 인간이 지랄을 하던 발광을 하던 상관 않겠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늘을 올려다 봤다. 햇빛이 쨍쨍. 모든게 언젠가 한 번 경험했던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천사는 입을 벌려 노래했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의미없는 의미로.

3. 노찾사 4집 – 떠나와서
멀리 있어도 따로가 아니네
앞지나간 시간조차 조급해 아쉬운데
가슴에 남은 아픔은 오히려
말이 없던 그 눈길에 긁히어 쓰라린데
땀젖은 너의 얼굴 손저어 지우고
눈을 감고 뛰어봐도 들려오는 아우성
친구야 내가 내 몫을 다하는 날
힘들었던 기억들이 뜨거운 껴안음일지네
음음-

더 할 말 없음.

피엘쏭닷컴으로부터의 감격적인 스트리밍

4. Radiohead – Scatterbrain
자칭 라디오헤드 매니아, 인데도 사실 이 곡을 처음 본(들은)게 아마도 맥주홀릭님 블로그에서였을껍니다. 어쩌면 개인적인데 사실은 그게 사회적이란 말도 되겠지요. ‘Your voice is rattlin’ on my window sill(문득, 네 목소리가 창틀을 흔들었네.)’에서 옛날 생각이 좀 났고 ‘Somewhere I’m not scatterbrain(그 곳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곳이겠지.)’에서는 위안도 좀 되었고… 뭐, 작년에 얘네들한테 상을 못줬으니, 옛다 하고 올 해 별 하나 줘봅니다.

5. Henryk Mikolaj Gorecki – The Sorrowful Songs
http://kirrie.pe.kr/115
한참 주절거렸으니.

6. Ghost In The Shell OST – Access
카와이 켄지, 혹은 켄지 카와이. 붉어진 어두운 마음으로 가는 길. 그곳은 강철로 된 열대식물들이 그림자에 반사해 검게 빛나는 정글. 무서운 금속 말풍선들이 박제가 되어 허공을 떠다니네. 비릿한 쇳맛.
미안해. 네 마음이 이렇게 깜깜한지 몰랐어.

다음은 잠깐씩 좋았던 곡들
7. Tom Mcrae – The Boy with the Bubble Gun
http://kirrie.pe.kr/117
이것도 한참.

8.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OST – Jorge Drexler – Al Otro Lado Del Rio
꿈 속에서 이 노래를 들었어. 완전히 총천연색으로 분홍이더군. 물안개 사르락 피어나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보안등이 껌뻑였다.
근데, 나는 체를 잘 몰라.

9. Samuel Barber – Adagio for Strings
http://kirrie.pe.kr/114
말을 말아야지.

10. Nick Drake – At the Chime of a City Clock

“…하지만 1974년 11월 25일 닉 드레이크는 불과 26세의 나이로 자신의 침대에 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때 그의 책상에는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 복사본이 놓여있었다.”

나와 나이가 같은 이상한 청년. 시지프스의 신화. 불가항력의 세계. 결락감. 12일 뒤에 나는 그보다 나이가 많아진다.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것임.

Tom Mcrae

Day 4 of the Hotel Café tour, sharing a van with this many singer-songwriters was bound to cause trouble. After a peaceful first day several people are now trying to grow beards, form independent political parties, or passionately discuss 16th century French poetry… while still arguing about who’s to blame for global warming. I should have been in a rock band, snorting coke from a hooker’s navel and wearing leather trousers. In fact I still might. This is America after all, where anything is possible. Where any idiot can grow up to be President…. (하략)

호텔 카페 투어 4일째, 많은 싱어-송라이터들과 차를 함께 타는 것은 필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것이었다. 평화로운 첫째날 이후로 사람들은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르거나, 끼리끼리 모여 정치적 모임을 갖거나, 열정적으로 16세기 프랑스 시에 대해서 토론했다. 물론 전지구적 온난화는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에 대한 논쟁도 빼놓지 않았다. 난 차라리 가죽바지나 입고 코카인이나 빨아대는 락밴드이고 싶었다. 사실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여긴 모든게 가능한 아메리카니까. 심지어 좆같은 새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

– 9월 10일, 보스톤 Tom Mcrae

낮에 점심을 먹고 나서 친구랑 벤치에 앉아 간만에 뮤직배틀을 했다. 뮤직배틀이란 차례로 상대에게 누구나 듣기만 하면 인정할만한 최고의 노래를 들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난 후에 “인정”이라고 말하면 다시 상대방 차례로 넘어가고 인정하지 못한다고 해도 넘어간다. 이 배틀의 좋은 점은 승부를 내지 않는다는 것과 매우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멋진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음악적 취향이 비슷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내 주위엔 나와 비슷한 취향 – 이 음악적 취향이라는 것은 영국 락밴드의 음악을 들어 본 적이 있다거나 좋아하는 음악가중에 요절한 사람이 한명이상 있다 정도로 정리된다.(내 경우 너댓명은 되는것 같다.) – 을 가진 사람이 꽤 있다.
아무튼 내가 날린 선방은 Tom Mcrae의 The Boy with the Bubblegun이었고 녀석은 주저없이 인정했다.

집에 돌아와 잠깐 이런저런 일을 하고 기묘한 라이프 사이클에 따라 한 숨 잔 뒤에 지금 새벽 네시에 일어나 어제 일을 떠올린다. 톰 맥레이. 번역하다 만 그의 9월 10일자 일기를 꺼내 번역하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음악을 듣는다. 톰 맥레이의 주목할만한 부분은 이 사람이 장르적으로 포크라는 것과 전체적으로 그다지 맹렬한 음율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내면적인 격렬함을 체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누구나 인정할만한 싱어-송 라이터 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아마도 그쪽에서는 그를 밥 딜런이나 닉 드레이크, 폴 사이먼과 같은 희대의 악마적인 시인들과 같은 선상에 놓고 평하는 것 같다. 이를테면, 청년 김민기 정도로 이해가 될까.

아무튼 당분간 다시 이 녀석의 음악을 들을 것 같다. 요즘 한동안 정신이 산만해서 가사가 있는 노래는 듣지 못했는데, 오늘부터 다시, 다.

—->
plus

알고보니 담배에 관한 공익광고 가운데 여자가 테이블에 얼굴을 박박 문대던 거였나 아니면 하수도 맨홀에 얼굴을 쳐박던 거였나에 삽입된 You cut her hair라는 노래도 이 사람 노래다.

The Boy With The Bubblegun

Tom Mcrae – The Boy With The Bubblegun

Welcome to the second reel glad that you can make it
We thought your fate was sealed its not what we expected
But you punch above your weight and you’re stronger than you
look
And the endings not the same they changed it from the book

I’m the boy with the bubblegun
I’m taking aim
I cannot hit to hurt or cause you pain
If words could kill I’d spell out your name

It’s time to kill the king it’s written in the scripture
See what tomorrow brings got to get a bigger picture
So forgive me forgive me for I am born to be what I must be and
I must be

The boy with the bubblegun Im taking aim
I cannot hit to hurt or cause you pain
If words could kill Id spell out your name
Im the boy with the bubblegun
The boy with the bubblegun
I’m the boy with the bubblegun with work to do
If songs could kill this ones for you

아우.. 가슴아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