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이거니가 고대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사건에 관한 간략한 내용은 위 링크에 있구요.
의문 1. 이거니는 왜 명예경영학박사나 명예경제학박사가 아니라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는가?
보통 경영자들이 돈주고 명예학위 받을땐 경제학이나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지 않나요? 왜 이거니는 하필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아서 가뜩이나 기명사미(도 서울대 철학과를 나온 바 있지요.)때문에 쪽팔린데 똥칠까지 하는걸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거니는 일본 와세다대학 상과(아마도 상경계열인가 봅니다.)를 나와서 조지와싱턴대학의 경영으로 유학을 다녀온 해외파입니다. 그의 대학시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검색해보기도 귀찮거니와, 일원 한 푼 준 적 없는 놈의 몇십년전을 뒷조사 할 만큼 마음이 넓지도 못해서 그냥 넘어갑니다만, 그냥 나온 대학만 봐도 이건 자신의 순수한 학문적 열정에 의거한 해외유학이라기 보다는 부모, 즉 이병처리의 계획적인 강권이 이유일꺼라는 냄새가 팍 납니다. 이른바 후계자 수업이라는 거지요. "이건희(그의 시선은 10년 후를 향하고 있다)"는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책의 일 부분에선 그의 유학시절을 이런 문장의 시작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막내아들인 이건희를 몹시도 귀여워 했다… 중략… 이병철은 이건희에게 선진국을 배우라고 권유한다. 당시 이건희는 연세대학교에 합격, 등록금도 내고 교과서까지 다 사놓은 상태였다."
딴은 멋지게 선진국을 배우라고 했지만 실상은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말이죠, 요즘 삼성의 행보를 보면 거대독점재벌로서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베트남 개안사업이나, 뭐 어디 해외에서 좋은일, 즉 사회환 하는건 코스모폴리탄적인 입장에서 아주 권장할만한 일이지만(그러한 사업들이 기업이미지 광고로 이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실 삼성이 국내에서 진짜 사회환원 한 번 해본적 있습니까? 대한민국 사람들 웃겨요. 삼성이 매년 어디에 기부하고 불우이웃돕기에 십억씩 내고 이런게 사회환원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이거니 재산이 몇조랍니다. 몇조. 몇 억도 아니고 말이죠. 거기서 백억 이백억 기부하는건 우스운거에요. 그건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환원이 아니죠. 사회환원이란 좀 더 총체적이고 주체적이며 의무적인 행위입니다. 예를 들면,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는데 노력하는 것입니다. 옛말에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고 했는데, 이거니가 일년에 몇백억씩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한다고 해서 구조적 불평등이 해소될까요? 말도 안되는 얘기죠. 삼성은 계속적으로 불평등을 지속시키려고 합니다. 기부활동은 눈가림이구요, 국내 경제의 오할 이상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과 그에 예속된 노동자들, 하청업체들, 중소 거래처들에게 노예 이하의 처우를 강요합니다.
어쨌든 요즘 비정규직 문제로 시끄럽고 국제협약등에서 노동자 권익 보장 및 인권적인 기업 규제안들로, 그들의 단어를 빌자면 기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니까 이놈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홀리려는 거라구요. 그러니까 별 웃기지도 않은 미술관이나 짓고 이거니가 명예철학박사도 받고 뭐 이런거 아닐까요? 어떨까요, 삼성그룹 회장은 철학박사다!… 인문과학서적이나 읽어보고 학위를 받는지 모르겠군요. 엄청 입맛 떨어지는 얘깁니다.
의문2. 고려대학교 학측은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가?
기사 보시면 알겠지만, 이거니 학위 수여식에 백명에 가까운 고대학생들이 모여 그의 학위수여를 막으려고 했답니다. 요즘 학생운동이란게 (아직도 학생이면서 이런식의 얘기를 하는건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힘을 잃어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아직 건전한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학생들이 남아 있다는게 참 자랑스럽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고대 학측에서 수여식을 방해하려는 학생들을 막기 위해서 운동부 학생을 동원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벙쪘습니다. 이거… 대체 언제쩍 이야깁니까?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식적인 사건을 가지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는 상식적인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상상도 못할 해결책인데요, 운동부 학생을 동원해서 시위 학생들을 막는다, 라? 허허.. 오랑캐로 오랑캐를 막는다는 겁니까?
일차적으로 학생은 학교에 소속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보장받아야 하며, 학생을 강제하는 그 어떤 획책도 배격해야 하는 것, 이거 상식 아닙니까? 대체 고대 학측은 운동부 학생들에 대해서 무슨 상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운동부 학생들도 엄연히 등록금 내고 학교 다니는 학생인데 어떻게 그들을 강제로 시위진압에 동원할 수가 있는거죠? 아.. 정말 진부하고 두렵고 짜증납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아니지만, 생각같아서 대학본부 정 중심에다가 FB라도 꼽고 싶은 마음입니다.
당연히 고대 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분노해야 하고 학교측의 진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받아야 합니다.
우연히 어디 들어갔다가 이 기사를 보고 몇 자 적어봅니다. 솔직히 인권이나 노동, 사회… 이런게 어렵고 체질상 잘 안맞는다고 하면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상식이란게 커먼 센스고 커먼 센스라 함은 당대 사회 구성원들의 주된 사고방식이라고 할 때, 상식은 상대적이며 주류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저명한 사회철학자인 롤스가 그의 저서 중 어딘가에서 했던 말, 즉 "평등은 모두를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약자의 기준으로 모두를 바라볼때 실현되는 것이다. (정확하게 이렇게 얘기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뉘앙스였음)"을 조금 바꿔서 "상식이란 모든이의 주된 사고방식이 아니라 약자의 입장에 섰을때 생겨나는 주된 사고방식이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