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의 전쟁

주조(酒造) 선사 (조주 선사 아님) 가 하루는 가르침을 청하는 제자의 방문을 받았다.

제자 : 선사님, 최근 친구와 만나 술집에 갔나이다. 이 친구는 한때 저와 진로그룹의 철의 동맹군을 자처하며 소주 한 잔에 별 하나를 세며 인생을 논하던 자였으나,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마른 안주에 맥주를 주문하며 오징어 다리 하나에 상한가를 김 한 장에 개발 호재를 이야기하니, 제자는 그 변화를 견디기 힘들었나이다. 결국 술병을 깨고 절교를 선언했으니, 제자는 좋은 술친구 하나를 잃게 되었나이다. 제자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주시옵소서.

주조 선사 : 제자야, 너는 내 가르침 가운데 하나를 잊었구나.

제자 : 제자가 미욱하여 스승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겠나이다.

주조 선사 : 교과서 꺼내 오너라.

제자 : 네.

(교과서를 가져 온 제자.)

주조 선사 : 백팔십이페이지 두번째 단락 세번째 줄에 뭐라 쓰여있는고?

제자 : ‘알콜 도수 20도 이하는 음료수라 칭하며, 안주가 없을때에는 안주 대용으로 쓸 수 있다.’ 라고 쓰여 있나이다.

주조 선사 : 맥주는 몇 도인고?

제자 : 종류마다 다르긴 하나 보통 5도에서 15도 사이 이옵니다.

주조 선사 : 그럼 맥주는 무엇인고?

제자 : 가르침대로라면 음료수이옵니다.

주조 선사 : 사람이 나이가 들어 젊었을 때 두주불사하던 자도 와인과 맥주로 전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사람이 즐기는 모든 것에는 기호가 있다고는 하나, 그것이 지나치면 종교적 숭배로 발전하게 되고 타인의 기호는 천박한 것으로 치부하게 되느니라. 제자야, 현명한 술꾼은 물 한 잔에도 호기롭게 취하는 법이며, 아둔한 술꾼은 즐비한 빈 병으로 자신의 주량을 자랑한다. 친구의 맥주 음료 애호를 그대로 사랑하도록 하여라. 너의 소주 애호를 굳건히 지켜나가라. 둘이 함께 술을 마시매, 친구는 친구대로 음료를 즐기니 좋고, 너는 너대로 안주가 없을 때 친구의 음료를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실 수 있으니 그 어찌 좋은 관계가 아니겠느냐?

옛 성현의 말씀에, ‘마시고 취하지 않으면 그 많은 술을 무엇하리오?’라고 하였다. 성현의 말씀이 의미하는 바, 술을 분석하지도 말고, 겨루지도 말며, 거창한 의미를 두지도 말라는 것이다. 술은 술이되, 술에 경중을 따지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니 문제는 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보다 우월하려고 하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

주조 선사의 말씀이 끝나자 제자의 마음에 홀연이 한 줄기 주향이 스치었다.

섹스에 대해 이야기하다

몇 달 전이었는데, 야동을 보다가 갑자기 엄마가 들어와서 그야말로 ‘오랫만에’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뭐 나이 든 아들과 그런 문제로 얽히면 부모님 다들 그러실테지만, 서로 모른척 얼버무리고 넘어가긴 했는데 문제는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대체 이 양반이 나하고 말을 안하려는거다. 뭐가 심통이 난건지 (물론 왜 심통이 났는지는 알지만) 내 옆만 지나쳐도 찬바람이 냉랭히 불었다.

그래서 솔직하게 깠다. 엄마, 엄마가 왜 그러는지는 알아. 어쩌구… 그랬더니 이 양반 왈, 내가 음란하단다. 아이고, 주여. 나이 서른에 대체 음란하면 그게 얼마나 음란해야 하는것이냐. 내가 야외 노출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고 방안에 온통 살색 포스터로 도배를 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저 간간히 육체적 외로움을 홀로 달래려는 것 뿐인데, 나이 다 찬 아들 방문 벌컥벌컥 열어대는 양반이 더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하고 되 따지려고 했지만 그냥 엄마 좀 이해해줘. 엄마 아들도 벌써 나이가 꽉 찼수. 하고 말았다.

섹스는 음란하다, 는 것은 아직 이 사회의 통념인 것 같다. 후배들과 이야기를 할 때도 섹스 이야기를 할라치면 다들 손사례를 친다. 물론 상대가 원치 않는 주제를 강요하는 건 상당한 문제다. 하지만 지들도 친구들끼리는 다 그런 이야기 하지 않겠는가. 지들도 다 애인들이랑 한 두번씩 경험은 있을게 아닌가. 단지 섹스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서라기 보다, 그것이 터부시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리는 거라면 그거야 말로 음란한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우리가 그걸 ‘음란하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게 음란한 것인지, 그게 진짜 음란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걸 ‘음란하다’고 여기는 것인지가 바뀌었다는 얘기다.

친구들이 대부분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몇몇은 이미 결혼을 했다. 녀석들을 만나면 은근슬쩍 섹스 이야기를 꺼낸다. 신혼부부는 대체 주당 몇 회나 하는지, 어디서 주로 하는지, 콘돔은 사용하는지, 어떤 체위를 가장 선호하는지. 그리하여 우리의 성생활은 얼마나 익사이팅 한 것인지, 그리하여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얼마나 살아가도록 하는 것인지. 그리하여,

우리는 언제쯤 친구가 풀이 죽어 있을때, 너 요즘 섹스는 잘 하고 있니? 라고 자연스럽게 물어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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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온섹스닷컴의 이벤트에 운 좋게(?) 당첨되어서 글을 씁니다. 첫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는데, 왠지 모르게 설교투로 하게 되어서 되게 찝찝합니다. 설교 별로 안좋아하는데… 그나저나 도메인 하나 참 잘 땄다는.

동생이 겪은 섬뜩한 이야기

아침에 동생이 허겁지겁 내 방에 들어오더니 형 정말 중요한 얘기야, 좀 들어봐 하면서 보챈다.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어서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해도 동생은 당최 내 방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대충 일을 마무리 해놓고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컴퓨터가 이상하단다. 드디어 컴퓨터가 맛이 갔나부다, 귀찮은 일 또 생겼네 하면서 속으로 투덜대고 있는데 동생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게 아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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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인가 형, 영화 다운받아 보고 있는데 누워 있었거든. 불 끄고. 근데 갑자기 곰플레이어랑 익스플로러랑 이것저것 내가 실행시켜 놓은 프로그램들이 누가 닫는 것처럼 다 닫히더니 컴퓨터가 꺼지는거야.

‘야, 그거 바이러슨데 뭘.’

나도 그런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종종 그러더라고. 그냥 그렇게 꺼지면 다시 컴퓨터 켜고 하는게 귀찮아서 자버렸거든. 근데 어제 와우하고 있는데 그게 또 그러는거야. 와우가 그냥 꺼져. 아이 씨팔 하고 다시 와우 키고 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상한 노래가 들린다. 팝송이 들려.

‘뭔 팝송?’

우울한 팝송 있잖아. 거 뭐더라 최민식이 주인공 한거.

‘올드보이?’

아니 그거 말고 홀리데인가… 최민수구나.

‘아 홀리데이. 비지스라고 그룹인데 홀리데이라는 노래 불렀어.’ 하고 나는 못부르는 노래지만 홀리데이를 몇 소절 흥얼거렸다.

어 그건가봐, 그거 맞는거 같아. 암튼 와우 하는데 그게 들리더라고. 첨엔 들리는지도 모르고 있었어. (동생은 헤드폰을 끼고 와우를 한다.) 그런데 점점 음악이 커지는거야. 와우에서 그런 노래 없잖아. 근데 나중엔 정말 커져서 확실하게 들리는걸 알겠더라고.

‘그래서?’

그때까지는 별거 아닌줄 알았지. 혹시 무슨 프로그램에서 들리는가 싶어서 와우 다시 끄고 프로그램도 다 껐거든. 익스플로러도 다 끄고. 그런데도 계속 노래가 들리는거야. 갑자기 소름이 쫙 돋았어. 핸드폰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고 엠피쓰리도 아니고, 아니 엠피쓰리에 내가 그런 노래 넣어 둘 리가 없잖아. 갑자기 너무 무서워서 컴퓨터 끄고 잘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약먹고 잤어. (동생은 요즘 신경안정제를 가끔 먹는다.)

그런데 거기까지 듣고 나니까 버릇처럼 그 광경을 상상하게 되었다. 정말 소름끼치는거 있지. 왜 아무 연고도 없는 노래가 전혀 들릴 일 없는 곳에서 들렸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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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렇게 하고 오후에 동생 컴퓨터를 한 번 정리해줬다. 네이버 피씨 그린을 백신으로 깔아뒀는데, 영 못믿겠어서 내가 쓰고 있는 avast를 깔아줬다. 한 삼십분 풀스캔으로 바이러스를 검색하는데 바이러스는 없었다.

‘야, 바이러스 없는데 정말 이상하다. 왜 그랬지? 혹시 형이 듣고 있던게 들린게 아닐까?’

아냐, 헤드폰 끼고 있었다니까.

‘그럼 귀신이 불렀나부다.’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동생의 뒤편으로 돌아가 홀리데이를 또 불렀다.

‘이렇게 불렀을꺼야. ㅋㅋㅋ’

귀신이 불렀다고? 입으로 반주도 다 내고? 혼자서 존나 빡셌겠는데 그 귀신 ㅋㅋㅋ

하면서 농담을 하고 나니 좀 나아졌나부다. 동생은 또 와우를 하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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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그 노랜 뭐였을까?

당신, 아직도 신문을 보는가?

열심히 (라고 쓰고 대충이라고 읽는다.) 학교 다닐때에 내 하루의 낙은 1시간 걸리는 버스 안에서 신문을 하나 사 보는 것이었다. 대개는 한겨례였고, 한겨례가 없는 날은 중앙일보를 봤다. (아는 분이 거기 계셔서.) 그게 중앙이던 조선이던 한겨례건 신문을 열심히 읽는 다는 것은 최소한 몇가지의 효용 가치는 있었다. 일단 시간 보내기에 좋다는 것, 좋은 신간을 안내 받을 수 있다는 것, 가끔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잔뜩 전투적인 상태에서 수업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요즘엔 신문을 읽지 않는다. 학교에 나가지 않아서라기 보다는 신문을 대체할 매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엔 이정환의 블로그에서 경제 문제를 읽는다.
밥 벌어먹고 사는 기술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kldp나 디벨로퍼닷컴, 혹은 간간히 날라오는 메일링리스트로부터 해결한다.
최신 가젯들은 인가젯 한국어판에서 만나 볼 수 있고,
심심해질 오후 쯤에는 몇가지 ‘아직 그다지 뜨진 않았지만 정말 진국인’ 웹툰을 본다.
자칫 어색해 질 수 있는 섹스 문제에 대해서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토크온섹스닷컴은 요즘 열심히 보는 블로그 가운데 하나다.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SF소설에 관한 리뷰나 신간 안내들은, SF 팬덤만 아는 몇몇 유명 블로거가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몇몇 이슈들이 들끓어 오르면, 가볼만 한 곳들은 수두룩 하다.
영화는 영진공만 믿고 가자. (오지씨의 블로그도 괜찮지만 요즘엔 영화 얘기가 별로 없다.)
음악은 자주 들러주시는 whit*ryder님의 블로그가 정말 진국이다. (그 분 블로그에 가면 음악을 눈으로 본다. 참 새로운 경험이다.)

물론 블로그스피어가 특종을 빠르게 전하는 것에는 신문보다 약하다. 그럴때만 네이버에 들어간다. 최진실이 죽었다거나 할 때.

제목은 도발적으로 썼지만, 신문 계속 보시는 분들은 신문 보세요. ㅎㅎ

이성순에게 고한다

스팸 필터에 분명히 ‘이성순’을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네 이름으로 된 스팸을 또 다시 마주하자니 어떤 방법으로 그게 가능했던 것인지 나는 참으로 가늠할 길 없도다. 이렇게 질긴 스패머는 ‘박갑생’ 이후로 처음이로다.

가련하도다, 생이여, 밥먹고 살기여. 오늘도 몇 통인가의, 더 이상 스팸을 보내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성 메일을 받고 욕설이 담긴 전화를 받고 일과 내내 보낸 스팸의 리포트를 정리하고 퇴근 시간을 기다리느라 시계를 바라보는 네 누추한 어깨를 떠올려 본다. 그것은 본디 예술가의 고뇌와 깊이는 다를지언정, 무게만은 같더라. 사는게 어디 가벼운 일이겠느냐. 나도 오늘은 긴, 긴, 아주 누추하도록 긴 하루를 보냈다.

너, 이성순이여. 이성순인지 이상순인지, 아니면 스팸 머신에 넣을 이름을 떠올리다 질리도록 이가 갈리는 옛추억의 그 여자 이름인지를 떠올려 무심결에 입력한 것인지, 박갑생과 마찬가지로 도저히 의미를 추측할 길 없는 무작위 조어인지는 몰라도 나는 너를 인정하겠노라. 낙오된 길가에 배가 곯고 먼 산을 바라보다가 길 끝에서 가물거리며 누군가 나타나면, 그가 강도라도 반갑지 아니 하겠는가.

이성순이여. 오늘도 잘 살아내었다. 내일도 부디 내 블로그에 와서 스팸을 달아주시라. 그리하여 우리는,

Happy together!

홍준표 교섭단체 연설 가운데

점심 먹으면서 채널을 돌리다가 홍준표 교섭단체 연설에 잠깐 시선이 머문다. 돌려야지 돌려야지 하면서도 쉽게 다른 채널로 못돌렸던 이유는, 징그러운 것을 볼 때 이상하게도 계속 더 보고 싶은 그런 마음과도 같았다.

그는 ‘금산분리의 완화’를 주장하면서 현재 외국 금융자본에 의해 침식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선 국내 산업자본의 진출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거 정말 조까는 소리 아닌가. 그의 주장이 가능하려면 국내 산업자본은 외국 금융자본에 비해 현저하게 청렴해야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두 놈 다 놓고 비교해 보면 둘 중 어느 것이 다른 것에 비해 현저하게 청렴하다고 비교할 수는 없는거 아닌가. 옆 집 고양이나 우리 집 고양이나 생선 가게를 맡겨 놓아선 안되는 것이다.

98년 IMF가 어떻게 왔는지 10년만에 잊어버린, 아니 그 10년 동안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던 놈들이란게 뻔한데 그 아가리에 생선을 그대로 던져준다는건, 아효, 생각만 해도 코메디다.

게다가 메가스터디 최진기 선생의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 강의만 들어도 뻔히 알 수 있는 현재 국내 경제 상황에서의 기득권 중심의 감세 정책 (종부세 완화 혹은 폐지) 이 얼마나 비실효적인지를 그들은 알고서도 모른척 하는 것 같다.

나는 티븨나 사진에서 홍준표를 볼때마다 정말 같잖은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느라 잔뜩 무거운 표정이지만, 피부와 두개골의 두께 너머에서 기득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공고히 하기 위해 뉴런과 시냅스가 열나게 화학물질을 교환하는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아, 시중에서 이런 놈들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아주 간료하고 아름다운 단어가 하나 있다. “이런 조까튼 새끼.”

뉴스피크어와 동무 이야기

요즘 읽다가 중간에 접어 둔 스티븐 핀커의 ‘언어 본능’을 다시 보고 있다. 언어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온전한 이해가 가능 하겠지만, 정신만 좀 집중하면 수월찮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로써의 역할도 충분히 해내고 있기 때문에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가벼운 기분으로 대할 수 있기도 하다.

핀커는 그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몇가지 ‘상식적’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장들에 대해 논박을 가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엔 아주 광범위하게 퍼져서 심지어 명망 있는 지식인들에게 까지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주장, 즉 ‘언어가 정신을 지배한다. (인간은 언어로 사고한다.)’ 는 언어결정론에 대한 것도 있다.

언어가 정신을 지배한다는 주장에 따르면 한국인과 미국인은 사이에는 언어의 차이에 의한 사고의 간격이 존재한다. 두 집단은 사용하는 모국어가 다르며, 모국어에는 그 집단만이 향유할 수 있는 고유의 개념들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게는 아들이 하나 있다.” 가 영어로는 “I have a son.” 인데, 미국인이 존재를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Have) 반면에 한국인은 존재를 자신과의 관계성 안에서 파악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인의 사고는 물질적이고 실용적이며 객관적인 반면에 한국인의 그것은 정신적이고 관계지향적이며 주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핀커에 의하면 이것은 논리적 비약이거나 이렇게 주장할 만 한 뚜렷한 근거를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첫번째로 이런 주장의 근거가 되는 인류학적 관찰들은 허풍이거나 날조거나 도시괴담이다. 두번째로 언어결정론이 수용 가능하다면 그것은 언어 없는 사고를 가정할 수는 없어야 하는데, 최근의 사례들이나 실험에서는 인간이 언어 없이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마지막으로는 최근 인지심리학의 연구 결과에 따른 생각의 작동원리에 관한 이론이 인간의 사고 활동에 관한 의문들을 정치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들의 내용이나 근거는 책에 다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찾아보시길 바란다.)

핀커는 이러한 내용들을 다루는 챕터의 첫번째 장에 오웰의 ‘1984년’의 한 부분을 인용하고 있다.

뉴스피크어의 목적은 잉속(Ingsoc, 영국사회주의)신봉자들에게 적절한 세계관과 마음의 습관을 위한 표현 수단을 제공하는 동시에
그 밖의 일체의 사고 방식을 불가능 하게 만드는 것잉었다. 적어도 사고가 언어에 종속되어 있는한, 일단 그리고 영구히
뉴스피크어가 채택되어 올드 스피크어가 잊혀지게 되면 이단적 사고, 즉 잉속의 원칙에서 벗어난 사고는 말 그대로 생각 할 수 조차
없게 되리라는 것이 의도였다. 뉴스피크어의 어휘는 당원이라면 마땅히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의미를 정확하게, 때로는 아주 미묘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반면에 여타의 모든 의미들이나 간접적인 표현방식의 가능성은 배제됐다. 이는 부분적으로 새로운 단어들을 고안함으로써, 그러나 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단어들을 제거하고, 그렇나 단어들에서 비정통적인 의미를 벗겨내고, 그리하여 가급적 일체의 이차적인 의미를 배제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free라는 단어는 뉴스피크어에도 여전히 남아 있으나, This dog is free from lice(이 개에는 이가 없다). 또는 This field is free from weeds(이 밭에는 잡초가 없다). 와 같은 진술에서만 사용될 수 있다. 정치적·지적 자유는 개념으로조차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당연히 명명될 수도 없으므로, 이 단어는 politically free나 intellectually free라는 옛 의미로는 사용될 수 없다.
… 서양장기에 대해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사람이 ‘퀸’과 루크’의 이차적 의미를 모르듯이, 뉴스피크어를 유일한 언어로 사용하면서 성장한 사람은 equal이란 단어가 한때 politically equal이라는 이차적 의미를 가졌다거나, free라는 단어가 한때 intellectually free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다. 수많은 범죄와 오류들이 지칭할 이름이 없고, 그래서 상상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범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자, 일단 언어와 사고가 반드시 불가분의 관계가 아니란 것에 주목하면서, 다음의 블로그 엔트리를 한 번 읽어보자.

http://poisontongue.sisain.co.kr/325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블로거 자격으로 북한에 방문하면서 있었던 일 가운데, ‘내가 본 북한의 10대 얼짱’이라는 제목으로 방문 기간 동안 만났던 안내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 그는 거기서 각 안내원의 사진을 올리고 그녀들의 이름 뒤에 ‘동무’를 붙인다. 엠파스 국어사전에 따르면 북한어에서 사용하는 동무는 단순히 ‘친구, 벗’을 의미하는 남한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엠파스 국어사전 [북한어] ‘동무’)

고재열 기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가는 여기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의미심장한 것은 댓글에서의 많은 반응들이 이 ‘동무’라는 호칭을 불온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마치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많은 보수 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현재 남한 사회의 심각한 안보 불감증을 반증하는 것이거나, 정치적 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냥 보기에 안좋다라는 의견은 재론의 가치가 없으므로 무시함.) 왜냐하면 ‘동무’는 확실히 남한 사회에서는 죽은 언어이지만 북한 사회에서는 여전히 사용중인 언어이며, ‘동무’가 가지는 북한 사람들이 합의한 사회적 의미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댓글들이 지적하고 있는 ‘동무’가 가지는 불온성에 대한 혐의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지 않는다는 점, 구체적으로는 ‘동무’를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그 사람의 진실로 그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함의를 전적으로 수용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견고하게 관련 지을 만 한 근거가 없다는 점으로 벗겨질 수 있을 것이다. (‘한 턱 쏴라’ 할 때의 ‘쏘다’가 총을 발사하는 행위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폭력적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근거가 어디에도 없듯이.)

차라리 초상권이나 여성을 대상화 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삼아야 했었다, 댓글러들은.

블로그 버전 업 & 스킨 변경

svn 태깅은 프로젝트마다 다 정하기 나름이지만, 일반적으로 branch, trunk (, sandbox) 정도로 운영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텍스큐브의 그건 좀 요상하다. trunk에 최근 정식 릴리즈 버전의 소스가 들어 있는게 아니라 최신 개발 버전이 들어가 있다. 대신에 branches/1.x 하는 식으로 branches 밑에 각 메이저 버전 별로 정식 릴리즈 소스가 들어간다. (이것도 좀 이상한데 현재 정식 릴리즈 버전은 1.7.5고 branches/1.7에는 1.7.6 rc1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이들은 태연하게 저장소로 소스를 내려받도록 하는 안내 페이지에서 trunk의 주소를, 즉 최신 개발버전의 소스 주소를 알려준다. 이건 안정화 버전이 아니라서 설치했다간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나중에 태깅 문제 건의를 좀 해봐야 겠다.

http://forum.tattersite.com/ko/viewtopic.php?pid=31120#p31120

tags/ 에 메이저 릴리즈 버전이 올라간다는 답변을 얻었다. 그동안 업데이트를 못해서 가장 최근 버전이 올라가지 않았던 모양.

어쨌든 1.7.6 rc1로 버전 업. 스킨도 적당한 걸 구해다 조금 손봤다. 환한 톤의 스킨을 적용했더니, 꼭 내 방에 형광등이 켜진 것 같다.

나는 눈이 조금 안좋아서 (누구나 다 그럴까?) 빛이 너무 강하면 눈이 아프다. 그래서 내 방 조명도 몇 년 동안 형광등 대신에 백열전구를 사용했었다. 지금은 삼파장인가 오스람인가 하는 형광등으로 바꿨는데, 이건 좀 괜찮은 것 같다.

대추리 배너는 뺐다. 배너 하나 걸어 놓고 그게 마치 수호부적처럼 내 양심을 건사하는 것으로 여겨져서 왠지 역겨웠다. 그렇다면 이랜드는 왜 남겨 두었을까? 대추리는 마침표를 찍었고, 이랜드는 현재 진행형이라서? 잘 모르겠다.

My Favorite Wikipeida Entry

If someone’d ask me that “Does Wikipedia get you trust like Britannica does?”, I’d say “Not 100%, but still It gives me enough trust to let me be with it.”. Yes, I like Wikipedia, even if getting rumors about its authority.

Here comes my favorite Wikipedia entries:

The X-Files
It’s AWESOME page having tons of info about The X-Files. It has much more stuff than official Site. While watching some episodes, I used to access this page for getting behind episode story that I was watching. It still reminds me TWO S(Spooky mulder and Skully).

Scrubs
Scrubs is the funniest US medical comedy show I’ve even seen. I bet it’ll make you funny. You should check it out.

Roy Buchanan
Roy is a blues guitarist who is making the most heartful sound in history. You know, It was so BLUE of an underground blues guitarist’s life that he’d killed himself by hanging on Aug. 14th, 1988 in Fairfax County Jail. Who knows? Maybe he made a dream of being a music star in another life.

Jeff Buckley
Jeff is a singer-songwriter. He was a son of Tim Buckley who was also a famous singer. He got only two albums while he was alive. Only two albums, but It totally rocks. He might be a musical genius.

자전거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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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스트라이다 같은거 사고 싶지 않은건 아니다. 돈도… 뭐 기십만원 주고 스트라이다 정도 산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라면도 못 먹고 살 정도로 내핍한 상황도 아니고 말이지. 다만, 아직까지 내 인생에 ‘자전거’가 어느 정도 효용 가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 큰 돈 주고 샀다가 잘 타지도 않고 하면 또 얼마나 인생 비겁해 질꺼냐 싶어서 대충 동네 자전거포에 가서 눈에 확 띄는걸로 샀다.

이름도 ㅎㄷㄷ. 대한민국 자전거의 살아 있는 역사인 삼천리에서 나온 26 뉴태풍 DX. 모델명에 26이 들어가 있으면서도 천연덕스럽게 21단 밖에 지원하지 않음은 역시 삼천리 특유의 깡다구랄까, 그까이꺼 5단 쯤은 존심 상해서 뺐어, 하는 식의 호기로움이 엿보인다. (아, 찾아보니 26은 타이어 크기네.. 26인치. -_-;;)

이놈의 자전거포가 빙하기가 찾아 와 어느 순간 멸종하고 만 공룡처럼 동네에서 자취를 감춘 탓에 삼십분이나 걷고 거리를 두리번 거리다가 겨우 허름한 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의외로 자전거포 앞엔 동네 아저씨들이 당장이라도 삭아서 부서질 것 같은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기름칠을 해달라는 둥 브레이크 와이어를 바꿔달라는 둥 하면서 와구와구 모여 있다.

그리고 역시 자전거는 아직 인터넷보다는 자전거포에서 사야 제맛이라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주인장 할아버지. 자그마한 몸집에 눈이 두 배로 커 보이는 돋보기 안경을 쓰고 손엔 잔뜩 기름때가 묻은 모양이 마치 ‘방망이 깎던 노인’에 나오는 은둔 고수같은 풍모다. 할아버지 바쁘신데 채근하기가 뭐해서 잠시 옆에서 자전거를 만지는 할아버지를 지켜본다. 중간에 반양복을 입은 중년 신사가 번쩍번쩍한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뭔가를 고쳐달라고 한다. 옆에 있던 아저씨가 나중에 온 아저씨의 자전거를 신기한듯이 만져보다가 이거 얼마에요? 하니까 으쓱하며 ‘한 오십만원 줬어요.’ 한다. 그러니까 카센타로 치면 동네 허름한 카센타에 벤츠 몰고 와서 브레이크 라이닝좀 봐주세요 한 격인데, 나름 가격에 쫄만도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까이꺼 대충, 하면서 기름때 묻은 손으로 오십만원짜리 자전거를 와구와구 만진다. 역시 이 할아버지의 후까시는 진짜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대충 가계 앞에 정리되고 할아버지가 조금 쉬는 틈을 타서, 할아버지 자전거 좀 보러 왔어요, 하니까 거 들어가서 보슈, 한다. 워낙 가계가 작아서 들여 놓은 자전거는 별로 없다. 할아버지 저 한 5만원부터 10만원 사이 생각하고 왔는데 자전거 얼마나들 해요? 했더니 제일 싼게 12만원부터 시작한다나… 12만원 짜리는 쇼바가 없고, 13만 5천원 짜리는 앞쇼바만, 15만원 짜리는 앞뒤쇼바가 다 있다고 하니 할아버지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데 나라고 쫄 필요 없다 생각하고선 그럼 15만원짜리로 주세요, 했다. (저… 3개월 할부로. -_-;)

페달을 달고 선심쓰듯이 잠금고리 비싸고 좋은거라며 하나 선물로 준 것을 받고선 룰루랄라 집으로 향했다. 얼마만에 타보는 자전거냐. 간만에 타려니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더군다나 울 집은 경사가 져서 기어를 내려도 ㅎㄷㄷ이다. 아니, 오랫만에 자전거 타는데 좀 돌아다녀 볼까 하고 부천을 경유해서 한참을 달려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인적 드문 자전거 도로에서 한 컷.

자전거를 왜 샀냐하면… 틈틈히 나와바리 관리를 하려면 기동성이 우선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