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Kirrie Music Award

한달 동안 쓸까 말까 고민했다. 그래도 쓰기로 마음 먹고, 적어도 올 해를 넘기진 않았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어느 순간부터 사는게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로 급경사를 내려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넘어질까 아찔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귓가를 가르는 바람이 나를 한없이 고양시키기도 한다. 나는 힘이 들면 항상 멀리 본다. 아, 저 아래 끝도 없이 너른 평야가 있구나. 저 평야에 닿으면 달뜬 흥분과 성취감과 휴식으로 정말 아늑하겠구나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내가 내일도 살아 있다면, 나는 아직도 앞을 보고 있는 것이다.

예전 어워드들

Kirrie Music A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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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own By The River – Roy Buchanan
아무리 가사를 뒤집어 보고 세탁기에 넣어 돌려도 보고 거울에 반대로 비춰 보기도 하고 땅바닥에 질질 끌고 다녀보아도, 분명히 ‘자신을 저 무지개 너머로 데려다 줄’ 그녀를 ‘쏴 죽여야 한다’고 번역되는데 대체 그 심상이 이해되질 않는다. 이럴땐 여길 가봐야 한다. http://www.songmeanings.net/songs/view/80413/ 어차피 가사는 같으니 Neil Young의 원곡에 대한 양키들의 이바구를 디벼본다면, 가장 많은 추측이 ‘헤로인’에 관한 노래라는 것. River는 헤로인에 대한 은유로 쓰인다고도 하니, 이를테면 약을 한 뒤에 환각 속에서 자신의 ‘그녀’를 쏘았다는 개막장 스토리라는 말씀. 그런데 솔직히 이건 좀 아닌듯 하고, ‘말’이라던가 ‘차’에 관한 단순한 이야기라는 주장도 있다. 개인적으로 화자가 기르던 ‘말’을 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그린 노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 라고 혼자 결론을 내리려던 차에, Rfeynman이 이런 이야길 하는걸 보다.

I just finished reading “Shakey” his authorized biography and in that
he says it’s not about anyone getting shot it’s about the ending of a
relationship.

말하자면 ‘Shakey’라는 Neil Young의 자서전을 지금 막 읽었는데, 그 책에 이르기를 ‘누굴 쏘았다’가 진짜 쏜게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는 것.

뭐면 어떠랴. 사실 로이 형님의 진가는 가사가 아니라 그 어두운 기타 선율에 있으니.

2. Red Right Hand – Nick Cave & The Bad Seeds
우리 학교 근처에 교회가 하나 있는데, 지금도 치나 모르겠지만 가끔 종을 쳤거든. 그걸 두고 선배가 그랬지. 너 지금 막 무슨 소리 듣지 않았니. 네, 종 치는 소린데요. 그게 바로 니 인생 종치는 소리야.

그래. 닉 형님의 Red Right Hand가 불길한 종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것은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지.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우물의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중이거든. 아주 깊은 중력의 우물, 바닥을 치나보다 싶으면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구멍이 발견되는 그런 우물. 추락하는건 날개가 있다는 개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날개가 있으면 좀 더 멋지게 추락할 수 있을까. 멋지게 추락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추락하는 것 자체가 지옥이야. 끝없이 추락한다는 것…

3. If You Could See Me Now – Lenny Breau
유튜브에 검색해보면, 뭐 다른 것도 많지만, 원곡은 빌 에반스가 지었다. (는 것 같다.) 레니 브루가 누군지는, 검색하기 귀찮아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원곡을 나름대로 분위기 있게 잘 커버한 것 같다. 빌 에반스의 원곡도 좋다. (말 나온김에 원곡 If You Could See Me Now from Bill Evans Trio 링크)

잘 자요, 내 사랑. 지금 막 잠들기 전에 우리 같이 서로를 보고 싶다는 열망에 시달렸으면 좋겠어요. 따뜻한 이불 속이 그대를 부르니 그래도 잠은 자야겠지요. 잠들기 전에 열심히 바라는 것은 꿈에 나온데요. 어제 빨래를 해서 햇볕에 바싹 말린, 청결한 냄새가 나는 이불을 덮고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도 없는 아늑한 방 안에서 같이 꿈을 꾸었으면 좋겠어요. 잘 자요, 내 사랑.

4. Arubaluba – Camel
오, 예. 좌- 좌- 좡- 띠리 띠릿 띠 띠 띠 띠 띠 띠 디- 띠리 띠릿 띠 띠 띠 띠 띠 디 디 디 디-
나 요즘 카멜에 미쳤삼. 카멜 만세!

5. Goodbye Cruel World – Pink Floyd

안녕, 잔인한 세상이여.
난 오늘 그대를 떠나네.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인간들이여.
당신들이 무슨 말을 해도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아.
안녕…

별 하나에, 피지도 않은 봄 꽃
지네.

6. Storms – Perry Blake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서 이 노래를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나 하드디스크 속, ‘미정’ 폴더에 그냥 그렇게 처음부터 박혀 있었던 것 같아. 항상 이 노래는 이런 풍경을 떠올리게 해. 사건의 틈새, 폭풍은 아직 당도하지 않았고 약속도 한참 남았고 전화도 없고 누가 부르는 사람도 길을 묻는 사람도 없어. 나는 그냥 정류장에 서 있어. 아무도 나를 열어보지 않아.

7. Throught the Roof And Underground – Gogol Bordello
영화 Wristcutter 삽입곡. 자살자만 가는 지옥에서 벌어지는 사랑이야긴데, 영화 참 좋다. 노래도 참 좋아.

이 마을 여기저기에 널 잡기 위한 덫이 놓여 있으면,
넌, 그래 뭐, 갈 곳은 땅 밑 뿐이라는걸 알게 되겠지.
이 방 여기저기에 널 잡기 위한 덫이 놓여 있으면,
넌, 그래 뭐, 갈 곳은 지붕 뿐이라는걸 알게 되겠지.
우우, 어쩌구 저쩌구… 가자, 가자! 아싸!

8. Here `Tis – The Yardbirds
래퍼들이 ‘세이 호오~’ 하면 관객들이 ‘호오’ 하면서 입김 불어주는거, 그거 원조가 아닐까 생각하는 정말 흥겨운 노래. 아, 광화문 한복판에서 미친척하고 누가 이 노래 딩가딩가 부르면 팔차선 전방위로 다 스크럼짜서 막고 나도 따라 부르겠고만.

9. Kashmir – Jeff Buckley from ‘Live At Olympia’
초 골까는 곡. 정규 앨범은 아닌듯 하고 아마도 라이브 공연의 곡을 누군가 녹음한 것이 나도는 것 같다. 역시 내가 (거의) 롹 역사상 최고의 보컬이라고 생각하는 제프 형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Kashmir 하면 레드 좌플린 형님들의 곡이죠. 이걸로 우리 제프 형아가 사정없이 웃겨버립니다.

‘(관객들이랑 이바구 막 깜)… 지금 레드 좌플린 연주하는 거에요…. 좌가좡- 좌가좡-… 이거, 레드 좌플린 연주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33 RPM (빠르기) 이잖아요. 이걸 45로 연주해볼께요. 죽여줍니다….’

온라인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들려드리지 못함이 심히 아쉽삼. 요 옆에 제 이메일로 요청하시면 따로 보내드립니다.

10. Whipping Post – Allman Brothers Band
어디선가 찾은 리뷰에서는 당시에 레너드 스키너드와 쌍벽을 이루던 밴드였다는… 이상하게 라이브로 연주된 것만 먼저 Feel이 오는 건지, 이것도 역시 라이브 버전의 것이 정말 숨막힐 정도로 죽인다. (위키피디아에서도 라이브 버전에서야 이 곡의 풀 파워를 보여준다고 고백하고 있다.) 이런건 한밤중에 주위사람 신경 안쓰고 볼륨 최대로 해놓고 담배 뻑뻑 피우고 벌벌 떨면서 들어야 제맛.

원래 라이브 버전의 죽이는 버전은 20분을 훌쩍 넘기는터라 자비로우신 유투브의 날개 아래서는 라이브 버전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검색 도중에 미치고 팔딱 뛸 것 같은 Whipping Post를 발견했기에 삽입합니다. 이 귀여운 아가씨의 폭발적인 기타 연주와 사랑스러운 보컬은, 당연히 원곡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지만, 그래도 야 이런게 정말 롹이 대중문화로 뿌리 내린 양키의 저력이구나 하는 감회에 빠지게 하네요.

어쨌든 이것도 이메일로 요청하시면, 라이브 버전의 곡을 보내드리겠습니다.

2007 Kirrie Music Award

몇 주 전에 쓰기 시작해서 대충 기억나는 곡들을 다 적고 나니 정말 연말이 되었습니다. 열곡을 채우고 싶었는데, 생각해 보면 올 해엔 그다지 노래를 듣질 않아서 여덟곡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올 해의 글은 이제 마지막일 것 같은데, 뭐 어쩌면 한 두개 정도 인사글 올릴 수 도 있구요. 그런거죠.

2006 Kirrie Music Award
2005 Kirrie Best Music Award

어느 사이엔가 Best Music에서 그냥 Music으로 바뀌었군요. 사는게 점점 재미가 없어지나봐요.
좋은 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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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부터 두 개피째 담배를 피운다. 이걸 피우고 나면 한 개피가 남는다, 라고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담배를 껐다. 물을 마셨다. 분명 이 다음 삼십분도 지나기 전에 나는 또 강렬한 흡연 욕구에 시달릴 것이다. 그 다음의 삼십분 뒤엔 이 중독증세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리고 커피를 조금 마신 탓인지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는다. 궁지에 몰린 것이다.
남아공에 사는 스미스씨는 분명 과거에, 혹은 현재에, 아니면 미래에 이런 일을 겪고 있다고 그의 일기장에 적었다.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세상에는 이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컵에 물이 가득 담겼을 때 누군가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계속 물을 붓고 있을 수도 있고 자비심이란 눈꼽만큼도 없는 마피아에게 붙잡혀서 평생 손에 쥐어보지도 못한 백만달러의 행방을 추궁당하며 마지막 남은 몇 리터의 혈액이 몸 밖으로 흐르는 모습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유압 프레스기 안에 갇혀서 듣는 사람도 없는 비명을 지르며 조금씩 압사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는게 끔직할 정도로 비인간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누구도 그런 상황에 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우리는 그저 바보같이 살면서 그런 일은 절대 자신에게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일어나는 일이다. 일어나는 일은 반드시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은, 단지 지금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이다.

올 해 나는 나를 확인했다. 나를 구성하는 코드들을 하나씩 솎아내서 그 구성 요소와 작동 방식을 분석하고 그럼으로 해서 그것들이 구성하는 나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요소들은 과연 나로 환원될 수 있을까 없을까, 시작부터 그런 물음들은 던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긴박했던 것이다.

나는 솔직하고 싶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 까지 고백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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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lletproof… I wish I was / Radiohead
Bulletproof… 는 The Bends에 포함된 곡이고 Scatterbrain(1, 2)은 한참 뒤의 앨범에 포함되었지만, 나는 이 두 곡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라디오헤드는 이미 놀라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는 밴드가 되었다. 그들의 최신 앨범인 In Rainbow가 다운로드 판매 만으로 플래티넘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한 편으로 가슴이 시렸다. 손가락 끝에 지구를 올려 놓은 것 같다. 그들을 둘러 싼 세계는 끊임없이 소음을 만들어 내는 라디오헤드인 것이 아닐까. Bulletproof이기를 바라며 때로는 자신이 Scatterbrain이 아닐 수 있는 다른 어떤 곳을 갈망하는.

Simple Man / Lynyrd Skynyrd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추위에 언 손을 모닥불에 녹이며 눈 밭, 지평선 너머로 길이 사라지는 모양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 사람들이 그 길로부터 걸어와 모닥불에 손을 부비며 내게 말을 붙였다. 내가 어깨를 으쓱하자 그들은 고개를 젓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내게, 아직도 기억나는 엄마가 있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M_ Lynard Skynard – Simple Man 가사.. | Lynard Skynard – Simple Man 가사.. |Lynard Skynard – Simple Man

Mama told me when I was young
Come sit beside me, my only son
And listen closely to what I say.
And if you do this
It will help you some sunny day.
Take your time… Don’t live too fast,
Troubles will come and they will pass.
Go find a woman and you’ll find love,
And don’t forget son,
There is someone up above.
내 어릴 적 엄마는 말했지
이리와 앉으렴, 내 아들아
지금부터 엄마가 하는 말을 잘 들으면
네게 좋은 일이 생긴단다.
여유를 가져라… 바삐 살지 말거라,
고통은 오는 길로 되돌아 간단다.
여자를 만나 사랑을 찾거라,
그리고 잊지 말아라
저 위에 계시는 누군가를.

And be a simple kind of man.
Be something you love and understand.
Be a simple kind of man.
Won’t you do this for me son,
If you can?
그리고 단순한 사람이 되어라.
네가 사랑하고 이해 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 사람이 되어라.
엄마를 위해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Forget your lust for the rich man’s gold
All that you need is in your soul,
And you can do this if you try.
All that I want for you my son,
Is to be satisfied.
부자가 되기 위한 열망 따위는 잊거라
네게 필요한 건 오직 네 영혼 뿐이란다,
그리고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
엄마가 네게 바라는 모든 것은
오직 만족하는 삶이란다.

Boy, don’t you worry… you’ll find yourself.
Follow you heart and nothing else.
And you can do this if you try.
All I want for you my son,
Is to be satisfied.
아들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언젠간 너도 네 자신을 찾을 수 있겠지.
마음이 가는 대로 살거라.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지.
엄마가 네게 바라는 모든 것은
오직 만족하는 삶이란다.
_M#]The Rain Song / Led Zeppelin
내가 이 노래를 다시 꺼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려고 하면, 계속해서 할 말들이 줄어들다가 결국엔 몇 가지의 이미지만 남게 될 것이다. 그건 언어로 형용하기 힘든 정신적인 부분이다. 분명 나를 이루는 역사들이 이 노래와 나와의 관계를 암시하고는 있지만, 그게 어디로부터 연결되어서 어떻게 중간에 변질되었으며 그래서 복잡한 꼬임 구조(twisted-structure)를 갖게 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때마다 나로 하여금 너그러움과 여유, 회복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여전히, 그리고 오랫동안 이 노래를 듣고 있을 것 같다.

Ten Years Gone / Led Zeppelin
레드 제플린의 보컬인 로버트 플랜트첫사랑에 대한 몇 안되는 발라드 넘버라고 하는 이 곡. 어째 요즘은 ‘어 이 노래 좋다.’ 하면 가사가 다 왜 이런지 모르겠다. 분명 처음에는 가사에 별로 신경쓰면서 듣지는 않았다. 그리고 신경쓰면서 듣는다고 해도 단박에 알아 들을 만큼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중에야 가사를 구해 찬찬히 들여다 봤는데 이게 거의 시 수준이라 독해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쩜 번역하고 나니 이리도 나를 위로한단 말이냐.

Ten Years Gone” is a song by English rock band Led Zeppelin from their 1975 album Physical Graffiti. Originally intended to be an instrumental piece, Jimmy Page used some 14 guitar tracks to overdub the harmony section. Robert Plant
later added lyrics, which are dedicated to an old girlfriend who, ten
years earlier, had made him choose either her or his music.

“Ten Years Gone”은 영국 롹 밴드 레드 제플린의 1975년 앨범인 ‘몸으로 쓴 시(Physical Graffiti)’에 수록된 곡이다. 원래 이 곡은 지미 페이지가 14개의 기타 트랙을 이용해 하모니를 이루는 연주곡으로 만들어졌다. 후에 로버트 플랜트가 십년 전 사귀었던, 그로 하여금 음악과 사랑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하게 했던 옛 여자친구에게 바치는 가사를 덧붙였다. (번역이 좀 잘못되었습니다. 정정합니다. 또한 관련 내용을 덧붙입니다.)

Robert Plant wrote the lyrics about a girlfriend who made him choose
between her and his music 10 years earlier. She got the boot. In an
interview with
Rolling Stone magazine (March 13, 1975) the
interviewer, Cameron Crowe, asked Robert Plant what gambles he had
taken. Plant replied: “Let me tell you a little story behind the song
‘Ten Years Gone’ on our new album. I was working my ass off before
joining Zeppelin. A lady I really dearly loved said, ‘Right. It’s me or
your fans.’ Not that I had fans, but I said, ‘I can’t stop, I’ve got to
keep going.’ She’s quite content these days, I imagine. She’s got a
washing machine that works by itself and a little sports-car. We
wouldn’t have anything to say anymore. I could probably relate to her,
but she couldn’t relate to me. I’d be smiling too much. Ten years gone,
I’m afraid. Anyway, there’s a gamble for you.”

로버트 플랜트는 (이 곡이 쓰여진 때보다) 10년 전 그로 하여금 사랑과 그의 음악 사이에서 고민하게 했던 여자친구에 대한 가사를 썼다. 물론 플랜트는 음악을 선택했다. (그녀는 쫓겨났다. -_-;;) 1975년 3월 13일자 롤링스톤즈지와의 인터뷰에서, 카메론 크로우 (인터뷰어)는 플랜트에게 어떤 도박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플랜트는 대답했다. “새로운 앨범에 수록된 ‘Ten Years Gone’에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씀드릴께요. 내가 레드 제플린에 합류하기 전에, 아주 바닥을 칠때 이야기에요. 당시에 내가 정말 사랑했던 여자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좋아, 나야 당신 팬이야?” 어쨌든 난 팬 같은건 갖고 있지 않을 때였지만, 이렇게 말했죠,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난 (음악을) 계속 해야해.” 아마 그녀는 요즘 꽤 만족하면서 지낼 것 같아요. 지 혼자서 움직이는 세탁기도 있고, 작지만 스포츠카도 갖고 있을테니 말이죠. 아무튼 우리 얘긴 거기서 끝났어요. 어쩌면 아마 난 좀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 갈 수 있었겠지요. 불행하게도 그녀는 그러지 못했지만. 아마 내가 너무 많이 미소만 짓고 있어서였는지도 몰라요. Ten Years Gone, 뭐 그런 얘기죠. 이게 내가 해본 최고의 도박이였어요. (여자친구냐 음악이냐를 두고 한 쪽을 선택한 것.)”

Page and Plant performed this song once on their Japanese tour at Osaka on February 15, 1996. Jimmy Page also performed this song on his tour with The Black Crowes in 1999. A version of “Ten Years Gone” performed by Page and The Black Crowes can be found on the album Live at the Greek.
지미 페이지와 로버트 플랜트는 이 곡을 1996년 1월 15일 일본 투어 도중 오사카에서 한 번 연주했다. 지미 페이지는 1999년 The Black Crowes와의 합동 공연에서도 이 곡을 연주했으며, 지미 페이지와 The Black Crowes의 합주에 의한 “Ten Years Gone”은 Live At The Greek 앨범에 수록되었다.

http://en.wikipedia.org/wiki/Ten_Years_Gone

The Messiah Will Come Again / Roy Buchanan
이 곡을 올려놓고 빈 잔을 다시 커피로 채웠다. 감기에 걸린 것인지 코가 맹맹하고 가끔 목이 간지러워 크게 기침을 한다. 몇 일은 담배를 피우지 말아볼까 하다가, 아까 가게에 가서 담배를 다시 사오고 말았다.
며칠 전 사촌 동생과 만나 잠깐 음악 얘기를 하는데 녀석이 로이 부캐넌을 이야기하더라.

“형, 기타가 우는거 들어 봤어?”
“그럼 들어봤지.”
“로이 부캐넌 들어 봤어?”
“그럼 들어봤지.”
“거기서 기타가 울잖아, 그치 형?”
“그래 기타가 울지.”

Buchanan’s long-standing alcohol and substance problems seemed to worsen with time, culminating on August 14th ,1988, when Buchanan was arrested for public intoxication. Several hours later Buchanan was found hanging in his cell, in the Fairfax County Jail, by his own shirt. His cause of death was officially recorded as suicide, a finding disputed by some of Buchanan’s friends and family.
부캐넌이 공공장소에서 만취했다는 죄목으로 (미국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엄청 취하면 잡아가는 모양이다.) 체포되었던 1988년 8월 14일은, 그의 오랜 알콜 의존증 문제가 극에 달했던 날이었다. 체포 후 몇 시간 뒤에 그는 페어팩스의 어느 감방에서 자신의 셔츠에 목을 매달린 채로 발견되었다. 그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자살로 기록되었으나 그의 친구와 가족들은 그의 죽음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Roy_Buchanan#Legacy

관심 있다면 여기도 가 볼 것. http://windshoes.new21.org/wind-etc04.htm

A Star In Nobody’s Picture / Ben & Jason
Ben & Jason을 어디서 처음 권유받았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물론 누가 실제로 내게 저 녀석들 음악 좋아, 하고 말 해 주진 않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처음에 찾아 본 여러 평에서 너무 좋은 얘기만 해서 몇 일 동안은 그런 평들에 가세해, 아 이 노래들 참 좋구나, 하고 있었는데 많이 듣다가 보니 힘이 많이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모던 락, 이지 리스닝, 네오 포크.. 뭐 어쩌구 그런 것 같은데, 자그마한 소품같은 느낌은 들어도 딱히 이거야! 하는 감이 오질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듣다보니 가사에 신경이 쓰여서 좋아하게 된 곡이 하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은 정말 먼 거리의 낯 모르는 사람을 상상해 본 일이 있나?
캐나다에 사는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삶이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랄 만큼 집이 부유하지도 않아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내 – 라고 해봐야 두세 블럭 정도의 상점가가 전부인 – 의 한 식당에 웨이트리스로 취직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 그녀는 정말 자신의 삶이 빗나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지만, 그 균열이 너무나도 거대했기 때문에 쉽게 어디서부터 무엇을 건드려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티븨에 나오는 성공한 삶을 사는 다른 이들처럼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매일 아침 일곱시까지 식당에 나가봐야 한다. 주말 교대조인 웬디는 가끔 이웃 마을에 사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러 나오질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웬디의 몫까지 일을 해야만 했다. 그녀는 특별한 추억이 없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옛 첫사랑에게서 카드가 배달되어 오긴 하지만, 카드 따위나 보내다니 아마도 그에게 있어 그녀는 둘이 사귀던 16살 그 즈음에 멎어 있는 모양이다. 존재감도 없어서 누군가 그녀를 떠올릴라치면 한참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어렸을 때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하던 그녀의 여동생이 벤쿠버로 이사를 간 뒤로는, 그녀는 한번도 그녀의 여동생을 본 적이 없다. 정말 평범해서, 오히려 비범해 보이기까지 한 그녀. 그녀는 요즘 진(Jin)에는 손도 대지 않고 보드카만 마신다. 그녀는 가끔 식당을 들리는 택시기사들과 섹스를 하는데, 언젠가 한 번 누군가 그녀에게 왜 그렇게 몸을 쉽게 굴리는가 하고 물었다. 그녀는 그렇게라도 해야지만 자신이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단 한번도 누군가 갖고 있는 옛 사진첩에서 빛나는 별인 적이 없었다. (She’s a star in nobody’s picture)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조차도 엑스트라였다. (She’s an extra in her own life)
그녀는 이게 누구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화번호수첩에 적힌 기억나지 않는 전화번호의 주인이다. (She’s a name in somebody’s phonebook)
하지만 그녀도 살아 있다. 살아서 오늘도, 내일도 살아가는 사람이다. (She’s alive.)

Dogs / Damien Rice
‘오렌지 나무를 키우는 여자가 있었어. 그녀는 요가도 할 줄 알았지.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방문했을 때, 그녀는 땅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네.’ 어쩌구 하며 시작하는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의 노래가 있다. 그냥 평범한 사랑얘기 같은데, 이상하게 매번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속이 요동쳤다. 특별히 더 할 말은 없습니다. 이건 그냥 이지 리스닝이에요.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 / 다이나믹 듀오
사실 난 다이나믹 듀오를 잘 모른다. 동생이 어느 날 이 곡을 힘껏 틀어 놓고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뒤에서 난 화장실에 가다가 멍하니 서서 끝까지 이 곡을 듣고 말았다.

이 곡의 뛰어난 점은 낙태에 대한 그 어떤 진부한 도덕적 설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서태지의 컴백 홈보다 훨신 뛰어나다.) 대부분의 경우 도덕적 설교는 상대방이 진심으로 자신의 논리에 감화되어 개과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생각하는 도덕적 수준이 상대방 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다.

낙태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군대 있을때 사단 사령부에서 1년 정도 파견근무를 했던 적이 있다. 군대에서는 부대가 다르면 자신의 직속 상관이 아니라 해서, 사병들 끼리는 계급에 상관없이 서로를 ‘아저씨’로 호칭하곤 한다. 그런 ‘아저씨’ 가운데 하나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의 친구 중 하나는 오랫동안 사귀고 있는 여자가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피임 실수로 여자가 임신을 했고 둘은 상의해서 낙태하기로 했다고 한다. 보통은 그런 경험을 하게 된 커플은 곧잘 헤어지곤 하던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둘은 그 뒤에도 서로 잘 지냈다. 그러다가 여자는 또 임신을 했고 또 낙태를 하고 또 임신을 하고 낙태를 하고… 나는 그때 ‘아니 씨발 그런 새끼를 그냥 뒀어요?’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대체 어떤 것에 화가 났던 것일까 싶다. 여자가 불쌍했을까?

Find Me In Your Dream / Pat Metheny & Brad Mehldau
사실은 이 곡을 넣지 않으려고 했다. 너무 감상적인 것이 아니냐, 하는 자체 검열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샤워를 한 뒤 뽀드득 소리 나는 기분으로 이 곡을 틀어 놓고 만화책을 읽고 있노라니, 너무 감상적이라거나 하는 혐의는 눈 녹듯 사라지고 뿌연 우윳빛 공기 속을 흘러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나를 위한 곡일 뿐이지, 하는 생각으로 추가함.

2006 Kirrie Music Award

2006 Kirrie Music Award를 준비하려고 비공개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때가, 정확히 한달 전인 11월 28일이었다. 그때 (아마도) 일이 정말 하기 싫은데 야근이 있어서 혼자 사무실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을 때라고 기억하고 있다.
작년만큼 많은 음악을 듣지도, 찾지도 않았던 것 같다. 목록을 작성하면서 어떤 음악에 대해 쓸 말이 없었다기 보다는, 목록 자체를 작성하는 것부터가 매우 곤란한 지경이었다. 결국 10개를 다 채우지 못하고 8개에서 그치고 말았으니, 사실은 한 두어곡 정도가 사실 올 해 간절히 들었던 곡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컴퓨터의 플레이 리스트에 적당히 클리핑 해둔 곡일 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어물쩡거리며 있던걸 오늘 각오를 하고 그럭저럭 마무리를 지었다. 왜 닫아버렸는지 기억도 안나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성했던 Award까지 합하면, 이것도 올 해로 3년째를 맞는 나름대로 의미깊은 연례행사가 되었다.
내년에도 Award를 준비하게 될까? 별다른 일이 없다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아마 내년엔 올 해보다 더 준비하기 힘든 Award가 될 것 같지만.

올 해, 나는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목성으로 향하는 디스커버리호가 된 기분이었다. 태양계 내에서 나보다 빠른 물체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아무리해도 그 가속력을 몸으로 느낄 수가 없었다.
경이로운 사건도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우물 안에서 찬연히 날아 올라 태양에 날개를 사르는 불나방이 되기도 했었고 돈을 (얼마간) 벌었고 평온이라면 평온하기도 했던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점점 더 깊은 진흙탕으로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이게 비극이라면 세상 온갖 것이 모두 비극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 자신을 어느 정도 씨니컬하게 무장하므로써 좀 더 긴 시간을 멜랑콜리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적어도, 아버지의 겨울 코트를 사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찾은 백화점에서 완구 코너를 지나다 삼단변신로봇을 보고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는 되기 싫다.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진리는 간단하고 간단한 진리는 깨닫기가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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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번호는 순위가 아님을.

1. Goldberg Variations
새끼 오리가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듯이, 듣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이 변주곡은 아마도 언제까지나 내게 안젤라 휴잇으로 기억될 것이다. 클래식 음악의 스승(?)인 사티형님 – 그는 내게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스승이다 – 은 바흐의 대가인 글렌 굴드를 두고 아프리카인가 어디가 주산지인 드립 커피에 비유했고 그 비유를 이해하기 위해 글렌 굴드의 변주곡 또한 수없이 들어보았지만, 아무리 해도 처음 안젤라 휴잇의 변주곡을 들었을 때의 따뜻함과 자애로움을 잊을 수가 없었다.
요즘 나는 괴롭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 곡을 재생한다. 아침을 맞은 깊은 숲 속의 맑은 샘물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고, 그 샘물을 마시는 자마다 해묵은 상처가 치유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거의 신앙고백 수준이네..)

2. The Bulid Up – Kings Of Convenience
잘 지냈어? 얼굴 좋아보이네. 요즘 행복한가봐? 나? 내 얼굴은 어때 보이는데? 하하하, 요즘 담배가 좀 줄었거든. 워낙 바빠서 말야. 질 좋은 음식을 먹고 담배도 줄이고 저녁엔 가끔 운동도 해. 놀랍지? 그리고 이번달부터는 적금도 들어. 적금! 내가 적금 붓는걸 상상할 수 있어? 나도 놀랄지경이라니까. 그래, 요즘도 피아노 치고 있어? 피아노 대신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야, 좀 의외긴 해도 뭔가 폼 난다. 세상은 역시 잘 살고 볼일이야. 골프! 멋져멋져! 그러고 보니 네 손에 있는 그 반지, 그거 좀 비싸보인다? 세상에나, 약혼반지라구? 어쩜…

안녕하세요?, 하고 좁은 스테이지에 남녀가 올라가 인사를 한다. 기괴한 조명때문에 그들의 얼굴엔 잔뜩 그림자가 앉았다. 남자는 머뭇거리다 스탠딩 체어에 앉아 기타를 몇 번 튕기더니 이내 부드럽게 스트로크를 시작한다. The build up lasted for…

3. Love Song For A Vampire – Annie Lennox
무슨 뱀파이어 영화의 엔딩곡이었다고 한다. 내가 이 곡에 대해서 말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그건 그렇고, 전혀 어울리지 않게 나는 이 곡을 들을때마다 해묵은 몽상을 끄집어낸다. 얼마나 오래 다져 온 몽상인지 이야기의 세세한 부분까지 완전하게 그려낼 수 있다. 어떤 ‘풍’이라고 한다면, 박상우의 ‘사걀의 마을에 내리는 눈’ 풍이다. 술을 마시고 길을 나섰다가 폭설에 갖힌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 와이퍼가 계속해서 작동해도 앞유리에는 금새 눈송이가 쌓이고 멍한 헤드라이트만 숲길을 뚫고 길이었음직 싶은 고랑을 따라 전진한다.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꿈처럼 들려왔다.

4. Piece By Ten – Kanno Yoko
칸노 요코는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그녀는 천재인데, 천재가 아니다. 그녀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이웃집 아이들을 위해서 물병이나 토마토 같은 것을 공중에 둥둥 띄우며 분위기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어가는 초능력자같다는 생각을 한다. 작곡이며 보컬 (‘가브리엘라 로빈’은 그녀의 ‘가수’일 때의 예명이다.), 연주에 이르기까지 부족함 없는 솜씨로 순수예술의 늪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대중음악에 관심을 가지고 매진하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밝고 기쁘고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그녀의 사진은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다.

5. Lover, You Should’ve Have Come Over – Jeff Buckley
어라? 제프 버클리네. 맞습니다. 내가 백날 대한민국에서 뺑이쳐도 그는 영원히 (만으로) 서른살, 늙지 않는 노래를 부르겠지요. (이것저것 귀찮아서 탱자탱자 놀고 있을지도 모르고)

제프 버클리에 링크를 걸기 위해 위키피디아를 뒤지다가 석연치 않았던 그의 죽음에 대해 이런 코멘트가 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다.

Jeff Buckley’s death was not “mysterious”, related to drugs, alcohol, or suicide. We have a police report, a medical examiner’s report, and an eye witness to prove that it was an accidental drowning, and that Mr. Buckley was in a good frame of mind prior to the accident

그는 단지 불운했던 것 뿐일까?

6. Paint It Black – Rolling Stones
따다다다 다다 다다다다다 다다다 따라라라.. 하면서 시작되던 앤더슨 중사의 육중한 존재감. 헬기는 포연 자욱한 베트남 정글 위를 날아간다. 앤더슨 중사가 바랬던 것은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베트남을 지켜내는 것도, 광기에 빠져 정글의 신이 되는 것도 아닌 단지 자신의 중대원들과 함께 무사히 전쟁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근데 웃긴건, 명작의 반열에 드는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는 반전영화들은 하나같이 전쟁의 폭력적 광기만 이야기한단 말야. 그리고 대부분 그런 영화는 미국인이 만들지. 솔직히 까놓고 ‘그때 우리가 정말 미안했어.’ 라고 하면 안되는건가?

7. Tir Na Mban – Kenji Kawai (From ‘Avalon’ OST)
Tir Na MBan은 아일랜드 신화(Irish Myth)에서 말하는 ‘여인들의 대지(The Land Of Women)’라는 의미라고 한다. 재밌는 사이트를 발견해서 Tir Na MBan과 관련된 몇개의 신화상의 용어를 번역해서 옮겨 봄.

Tir na Mban : Country where Bran and his fellow travellers were detained by women with magic powers, without them being aware of the passage of time.
Tir na MBan : ‘브란’과 그의 여행 동료들이 여성의 신비한 마법의 힘에 빠져,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로 머물렀던 장소

Bran : Son of Febal. His name means ” raven “. He made a magnificent journey. He met Mananann and lived in a fairy island where time didn’t exist. When he wanted to return to his countryland, he realised several hundred years had passed. Bran and his companions cannot return to their land for fear that they would immediately expire and turn to dust. They are forced to wander forever about the sea.
Bran : ‘페발’의 아들. 브란은 ‘갈까마귀’를 의미한다. 그는 매우 의미심장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는 Mananann을 만나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요정들의 섬에서 살게 되는데, 그가 그의 나라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을 때, 그는 수백년이 지난 것을 깨닫게 된다. 브란과 그의 동료들은 순식간에 나이를 먹어 늙어 죽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 결국 자신의 나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영원히 요정들의 섬 주변을 헤매게 되었다.

Febal : Bran’s father
Febal : ‘브란’의 아빠. (젠장 더 설명은 없는거냐.)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로’ 라는 대목이 정말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남자는 항상 여자에게 빠지게 되는 것인가봐요. 아니면 말고.

8. Falling Away With You – Muse
시작은 이건데, 나는 한참 한규형님의 홈페이지에서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고 땡깡을 부렸었다. 코멘트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 이 노래를 들으면 숙취에 정신이 가물가물할 때의 느낌이 든다. 누군가 따뜻하게 죽을 끓여주는 안온한 기분.

2005 Kirrie Best Music Award

슬슬 연말도 되었고.
사실 올 해는 작년처럼 영혼까지 흔들리는 음악들을 그다지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강박처럼 10개를 채워야 한다, 고 해서 억지로 10개를 뽑아봤지만 그 중에 몇 개는 Best Music이라기 보다는 그냥 요즘 자주 듣는 음악일 뿐이고요.

언제 터뜨릴까 조바심 내다가 오늘 왠지 젖빛 유리창 밖 유령같은 풍경이 마음에 들어서, 까짓꺼 오늘 터뜨려 봅니다.

언제나처럼 번호는 순위가 아님을 먼저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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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Good Bye Lenin OST
얀 티어센의 음악은 언제나 울먹이는 흰색 비닐봉다리 사이로 보이는 세계, 어느 낯선 골목길, 이를테면 비오는 날의 충무로-종로 구간 같다. 명료하지만 그것은 불분명함에 대한 명료함이다.
레닌 그라드는 상트 페테스부르크로 지명이 바뀌었고 (사실 그 이전에도 상트 페테스부르크였다), 곳곳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되었다. 레닌 동상의 철거를 두고 사회주의의 총체적 몰락과 관계짓는 조악한 상상력이나, 현실 사회주의의 이상향에 대한 둔감한 희망이나, 골수에까지 무력함이 뻗은 (이럴바엔 차라리 맹렬한 반동이 낫다.) 빈약한 쁘띠이거나, 어쨌거나 저쨌거나 나는 그런거 잘 모르겠고 말하자면 불분명함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이념의 과잉, 음모의 과잉, 소문의 과잉, 전투적 성공신화들의 과잉, 정보의 과잉 등등의 가운데서 여전히 엄마들은 자식들이 꾸미는 아득한 거짓을 현실로 받아들이는 척 하다가 죽는다. 아빠는 서독(2005년, 여전히 동독과 서독이 갈려있다는 사실이 믿겨져?)의 부유한 의사고 생판 모르는 나이 어린 동생들이 생겼다. 누나의 남편이란 작자는 언제나 맘에 안든다. 나는 라라를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로켓에 담아 다 날려버린다. 이러한 불분명함들에 대한 명료함. 이름부터가 명료하잖아. 얀 티어센.

2. Sigur Ros
어느 날 하늘에서 열두장 날개를 가진 검은 낯빛의 천사가 내려와 육삼빌딩 꼭대기에 섰다. 그는 인간을 사랑했으나 그가 사랑하는 인간들은 사랑의 의미를 알 필요가 없다고 했다. 사랑은 행동이라고, 이런 천박한 카피 “사랑은 움직이는거야.”, 가 멀티비젼에서 쨍쨍 울렸다. 걍 움직여, 시간당 이만사천원으로 환산되는 급여명세표에 진리가, 방방헬스 3개월치 끊으면 회원증 50%할인, “까라면 까, 어디서 새빨간 이등병 새끼가.” – 1999년 8월 23일 강원도 7사단 16대대, 체크카드를 써도 소득공제가 되나요? (네, 됩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 핸드폰 없으면 왕따…
천사는 인간이 지랄을 하던 발광을 하던 상관 않겠다는 투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늘을 올려다 봤다. 햇빛이 쨍쨍. 모든게 언젠가 한 번 경험했던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천사는 입을 벌려 노래했다.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의미없는 의미로.

3. 노찾사 4집 – 떠나와서
멀리 있어도 따로가 아니네
앞지나간 시간조차 조급해 아쉬운데
가슴에 남은 아픔은 오히려
말이 없던 그 눈길에 긁히어 쓰라린데
땀젖은 너의 얼굴 손저어 지우고
눈을 감고 뛰어봐도 들려오는 아우성
친구야 내가 내 몫을 다하는 날
힘들었던 기억들이 뜨거운 껴안음일지네
음음-

더 할 말 없음.

피엘쏭닷컴으로부터의 감격적인 스트리밍

4. Radiohead – Scatterbrain
자칭 라디오헤드 매니아, 인데도 사실 이 곡을 처음 본(들은)게 아마도 맥주홀릭님 블로그에서였을껍니다. 어쩌면 개인적인데 사실은 그게 사회적이란 말도 되겠지요. ‘Your voice is rattlin’ on my window sill(문득, 네 목소리가 창틀을 흔들었네.)’에서 옛날 생각이 좀 났고 ‘Somewhere I’m not scatterbrain(그 곳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곳이겠지.)’에서는 위안도 좀 되었고… 뭐, 작년에 얘네들한테 상을 못줬으니, 옛다 하고 올 해 별 하나 줘봅니다.

5. Henryk Mikolaj Gorecki – The Sorrowful Songs
http://kirrie.pe.kr/115
한참 주절거렸으니.

6. Ghost In The Shell OST – Access
카와이 켄지, 혹은 켄지 카와이. 붉어진 어두운 마음으로 가는 길. 그곳은 강철로 된 열대식물들이 그림자에 반사해 검게 빛나는 정글. 무서운 금속 말풍선들이 박제가 되어 허공을 떠다니네. 비릿한 쇳맛.
미안해. 네 마음이 이렇게 깜깜한지 몰랐어.

다음은 잠깐씩 좋았던 곡들
7. Tom Mcrae – The Boy with the Bubble Gun
http://kirrie.pe.kr/117
이것도 한참.

8. 모터싸이클 다이어리 OST – Jorge Drexler – Al Otro Lado Del Rio
꿈 속에서 이 노래를 들었어. 완전히 총천연색으로 분홍이더군. 물안개 사르락 피어나기 시작하는 이른 아침, 보안등이 껌뻑였다.
근데, 나는 체를 잘 몰라.

9. Samuel Barber – Adagio for Strings
http://kirrie.pe.kr/114
말을 말아야지.

10. Nick Drake – At the Chime of a City Clock

“…하지만 1974년 11월 25일 닉 드레이크는 불과 26세의 나이로 자신의 침대에 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때 그의 책상에는 까뮈의 ‘시지프스의 신화’ 복사본이 놓여있었다.”

나와 나이가 같은 이상한 청년. 시지프스의 신화. 불가항력의 세계. 결락감. 12일 뒤에 나는 그보다 나이가 많아진다.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