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에서 멀더와 스컬리가 진실을 쫓는 자라고 하면, 그 대척점에는 진실을 숨기는 ‘담배 피우는 남자‘가 있다. 시즌 4 에피소드 7은 이 남자를 위한 드라마다. 그가 어떻게 해서 사회의 그림자가 되었는지, 그가 관계된 사건은 무엇인지, 그는 왜 진실을 숨기려 하고, 그의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단서가 드러난다. 이번 편에서는 우습게도 멀더와 스컬리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그는 통수권자 위에 존재하는 자다. 그는 법 위에 존재하며, 그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이름이 없다. 그는 가족도 없고, 그에 대한 공적 기록도 전무하며, 그가 속한 부서가 실제로 존재하는 지도 알 수 없다. 그는 역사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그가 역사에 드러날 일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멀더와 스컬리가 결국 모든 사건에 대한 증거를 차곡차곡 모아 그의 실체를 폭로하게 될 때, 즉 이 엑스파일이 완전무결하게 종영할 때에야 그는 세상에 나오게 될 것이다. 아마도 크리스 카터가 자기 자신이 만든 이 물건에 대해서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 그는 여전히 그를 ‘담배 피우는 남자’로 남겨 두어야 할 것이다. (이 포스트를 쓸 때에 나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정부의 오래된 유행이다. 대중의 지성은 정부의 잣대에 의해 판단되고,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리된다. 그들은 인간을 넘어 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한다. 마치 몸을 떠나 생존할 수 있는 머리를 상정하듯이. 그러나 과연 정말 머리가 손과 발에게 앞으로 닥칠, 혹은 닥쳤던 일들에 대한 사실을 은폐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에피소드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담배 피우는 남자는 비인격적 존재(도덕적 의미가 아님)로 그려진다. 그는 ‘실제로’ 역사를 움직인다. 마치 지구를 떠받들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그의 책무는 가혹하다. 그래서 그가 오스왈드를 허수아비로 내 세워 JFK와 마틴 루터 킹을 암살했을 때, 더 이상 ‘애국’이라는 기만으로 자기 자신의 실존을 극복하기 힘들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 그는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다. 소설을 통해 그는 자기에게 주어진 고통을 타자화 한다. 그의 소설에서 그는 낭만적이고 멋진 스파이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냉혹하며,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리하여 그가 필명으로 자신의 작품을 출판사로 끊임없이 투고할 때에 그것은, 자기 자신을 세계에 현시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그럴 수 없는 현실의 이중성을 간접적으로 알리는 것이다. 구조요청인 것이다.
그러나 그의 투고는 매번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는 이유로 거절당한다. 담배 피우는 남자로서의 그는 비인격적인 존재이고 어떤 비현실도 현실로 수용 가능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퇴근 후에 그를 반기는 냉랭한 집 안의 공기와, 차가운 침대와, 맥주와 말보로(몰리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와 함께하는 슈퍼볼 속에서 실존적 고독을 느끼는 개인일 뿐이다. 결국 싸구려 가십이나 실리는 펄프잡지에서 그의 작품을 싣겠다고 할 때에, 그는 처음으로 인간적인 기쁨을 느낀다. (아마 전 시즌을 걸쳐 담배 피우는 남자가 이토록 당황하고 기뻐한 적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활자화된 자신의 세계(비현실적 현실)는 잡지사가 작품을 완전히 뜯어 고침으로써 또 다시 왜곡된다. 그리하여 그는 드디어 온전히 ‘담배 피우는 남자’가 된다.
캐릭터로서 담배 피우는 남자는 참 매력적이다. 어쩌면 멀더나 스컬리보다 더 그렇다. 그런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인데, 드라마 내에서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담배 피는 남자. 하면 저는 양조위만 생각나요.
병인가 봐요.